2002년 WC 잉여금 신축 지원
배수 나빠 그라운드 상태 열악
관객석 지붕 적어 날씨에 취약

K리그에서 뛰는 22개 구단은 제각각 홈 구장을 갖고 있다. 그중 보조경기장을 리모델링한 광주FC와 부천FC를 포함해 14개 구단이 축구 전용 경기장에서 홈경기를 개최한다. 강원FC, 부산아이파크, 상주상무, 서울이랜드, 수원FC, 충남아산, 안산그리너스, FC안양은 종합운동장에서 홈경기를 한다.

각 클럽이 사용하고 있는 홈 경기장의 특성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경남FC가 쓰는 창원축구센터의 개선 방향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경남이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창원축구센터는 2002 월드컵의 성과물이다. 월드컵이 끝나고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잉여금으로 전국 거점별 축구전용경기장 신축을 지원했다. 축구협회 지원금에 경남도가 예산을 보태고 창원시가 땅을 내놓으면서 현재의 사파동에 축구센터가 건립됐다. 하지만 당시는 경남에 프로축구단이 없는 시기였고, '전용구장'을 짓는다는 데 치우치다 보니 제대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그렇게 급조된 창원축구센터의 후과는 지금 경남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축구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외부 요인은 운동장 잔디 상태다. 천연잔디고 인조잔디고 관계없이 경기 시작 전에는 운동장에 많은 물을 뿌린다. 마찰에 의한 선수들 피부 화상을 방지하고 공의 구름이나 바운드를 일정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이게 골고루 뿌려지고 골고루 빠져 줘야 동일한 그라운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창원축구센터 주경기장 원정팀 홈쪽 코너 부근은 고질적으로 물 빠짐이 좋지 않다. 멀쩡한 날씨에도 이쪽으로 공만 갔다 하면 질척이는 수중전이 되기 일쑤다. 잔디 식재 전부터 바닥에 물 빠짐 공사를 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사는 부분이다.

▲ 지난해 3월 1일 성남FC와 홈 개막전을 치른 창원축구센터 전경.  /프로축구연맹
▲ 지난해 3월 1일 성남FC와 홈 개막전을 치른 창원축구센터 전경. /프로축구연맹

다음으로는 지붕이다. 현재 창원축구센터 주 경기장에는 본부석인 W석에만 지붕이 있다. 그마저도 W석 전체가 아니라 4분의 3 정도만 지붕이 있다. 맞은편 E석은 지붕이 없는데, 여름철 낮 경기를 할 때면 E석에 들어온 관중은 떨어지는 태양을 마주 보며 경기를 지켜봐야 해 경기 내용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홈 응원석인 S석이나 원정 응원석인 N석도 지붕이 없기는 마찬가지. 사파동 골바람이 몰아칠 때면 4면 모든 관중이 비를 피하기 어렵기도 하다.

지붕을 설치하더라도 현재의 어려움이 당장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지붕이 설치되면 팬들의 큰 불편 한 가지는 해결될 수 있다.

현재 W석에만 지붕이 있다 보니 장내 아나운서의 응원 유도 샤우팅도 W석에 설치된 4개의 스피커로만 송출된다. 한쪽에서 나오는 소리로 운동장 전체를 압도해야 하다 보니 쓸데없이 볼륨은 높아지고 톤이나 콘트라스트 등을 조정해야 해서 가장 많은 관중이 운집하는 W석에서 '귀가 따갑다'는 반갑잖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맞은편 E석에 지붕이 있다면 이 스피커를 분산할 수 있어 훨씬 안정적인 응원이 가능하다.

또 한 가지. 수원삼성의 홈구장 수원아레나는 참 재미있는 구조로 돼 있다. 설계 철학이 따로 있다고는 하지만, 원정 팬으로서 아레나를 방문해보면 '참 쫀쫀하다' 싶을 정도다. 원정석을 제외한 3면이 모두 지붕에 덮여 있는데 원정석에만 지붕이 없다. 원정 응원을 가는 팬은 대부분 구단이 마찬가지로 일당백을 해낼 수 있는 헤비 유저이다. 이들의 외침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고, 홈팀 응원은 지붕과 그라운드에서 서로 반사되며 큰 울림을 만들어내게 설계된 것.

원정 응원단에 대한 경남 구단이나 창원축구센터 구조는 지나치게 원정 친화적이다. 구단은 원정석 시즌권을 따로 팔지 않는다. W석과 W석 아닌 것으로만 나눠 판다. 그러니 원정 팬도 심지어 홈팬 응원석에도 입장할 수 있다. 원정석마저도 화장실과 매점 문제로 양 팀 팬 동선이 얽힐 수밖에 없다. 다행히 올해는 원정석 동선을 재조정해 이런 얽힘을 최소화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부분이다.

지난해 개장한 DGB파크는 물론, 10년이 넘은 포항스틸야드도 원정석을 엄격히 분리해뒀다. 출입구는 물론 화장실, 매점 등 배치를 꼼꼼히 점검해 동선이 얽히지 않게 한 것. 아울러 홈팬과 원정팬이 경기장 안에서 서로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없게 튼튼한 바리케이드를 쳐뒀다. 폴리스 라인 치듯이 비닐 테이프로 섹터를 구분하는 창원축구센터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경남 구단은 올해 홈 응원석 바닥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축구 응원의 백미는 홈 응원석에서 발을 구르며 펄쩍펄쩍 뛰는 것인데, 현재의 홈 응원석은 콘크리트라서 아무런 울림이 없다. 홈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경기장을 지배하는 굉음으로 울려 퍼지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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