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에 균형 깨진 일상
서로 손 맞잡아 다시 복구하다

피부에 와 닿는다. 실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선명해진다. 마스크를 쓴다. 정보로 전달되던 확진자가 안전안내 문자 속 활자로 펼쳐진다. 어느 날, 어느 시간, 어느 곳. 상세한 이동 경로가 나타난다. 낯익은 상호와 자주 찾는 장소가 적혀있다. 바로 우리 동네, 인근 지역이다.

숨쉬기 어려운 KF94 마스크로 공포가 스며든다. 주말이면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린다. 마른기침 한 번, "콜록". 약국 앞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길게 늘어선 인적 사이로 회피의 시선이 느껴진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불안은 마스크 너머 눈동자를 흔들리게 만든다.

대한민국은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정부의 권고로 시행 중이다.

국민 행동지침으로 '모임·외식·여행은 연기 또는 취소해주세요. 발열·기침 증상이 있으면 출근하지 마세요. 생필품 구매 등 꼭 필요한 경우 아니라면 외출을 자제해 주세요. 악수 등 신체접촉을 피하며, 2m 건강 거리 지켜주세요. 손 씻기, 기침 예절 등 개인위생 수칙 준수해 주세요. 사무실, 집 등 매일 주변 환경 소독·환기해 주세요.' 앞으로 최대한 집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를 위해, 그리고 개인을 위해 조직적이고 지속해서 진행될 운동이다.

전 세계가 범유행으로 혼란에 싸여 있다. 각국의 코로나19 소식은 혼돈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사회·경제·문화 모든 것이 예측불허를 만든다.

물리적인 '격리'와 '중단'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전쟁 아닌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지 새삼 체감한다. 개인의 반복된 일상 속 긍정의 변화를 기다렸지만 안타깝게도 부정에 의한 변화다. 일상의 균형이 깨졌다. 전 국민의 일상이 깨졌다. 그럼에도 변화는 위기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바이러스를 대하는 각국 정부의 대응 방식을 넘어 성숙한 국민들이 서로 연대하여 희망의 불꽃을 피운다.

자신보다 어려운 상황의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미는 일. 힘든 여건 속에서도 더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전하는 배려. 악수와 신체접촉은 피하지만 마음으로 맞잡는 손들이 있다. 바로 시대의 역경을 헤쳐 나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힘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단 몇 개월 만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극복'을 위해 국민 개개인이 방역의 주체가 되어 깨어진 일상을 복구하고 있다. 기존의 깨진 틀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고 있다.

일선에서 사력을 다해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 국가의 존재를 다시금 환기하는 정부의 노력. 무엇보다 수준 높은 민주 의식을 가진 국민이 있기에 끝 모를 바이러스의 공포를 이겨 낼 수 있다. 절망 뒤에 희망이 있다. 깨진 일상 사이에서 생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침부터 약국 앞 긴 줄에 선다. 마른기침 다시 한 번, "콜록". 닫혀있던 마스크 사이로 "괜찮으세요" 말소리 들린다. 날 선 시선으로 착각한 목소리에 따뜻한 안부가 있다.

먼저 줄을 당겨주는 지역주민들이 있다. 작은 변화가 모인다. 마음의 변화가 일자 더 이상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는다. 묵묵하게 간격과 질서를 지키며,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로 바람이 분다. 살며시 봄이 먼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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