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트라비아타〉 〈라 보엠〉 속
신분·편견 장벽 겪는 주인공들
결핵으로 비극적 최후 맞이해

19세기 낭만주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결핵을 천재성의 상징으로 보았다. 프랑스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는 "1823년 무렵에 폐병이 유행했다. 모두가, 특히 시인들이 폐병에 걸렸다. 몹시 감동할 때마다 피를 토했고, 30세 이전에 모두 죽어갔다"고 회상록에 기술했다.

당시 예술작품에도 결핵은 자주 등장했다. 오페라 속 비련의 여주인공은 결핵으로 목숨을 잃었다. 19세기 약자였던 여성은 오페라에서 남성보다 낮은 신분, 사회적 편견 속에 산다. 그리고 결핵에 걸려 희생을 당한다.

◇비올레타 =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귀족 알프레도와 창녀 비올레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원작은 알렉상드르 뒤마 2세의 소설 <동백아가씨>로 19세기 프랑스 파리 사교계를 무대로 한다. 라 트라비아타는 '길 잃은 여인'이란 뜻으로 비올레타가 자신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인기있는 작품이지만 초연(1853년)은 실패했다. 결핵 환자로 보이기에 여주인공이 뚱뚱했고 남주인공의 목소리는 쉬었다. 우리나라에선 1948년 공연된 첫 서양오페라다.

비올레타는 진실한 사랑을 부정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알프레도를 깊이 사랑한다.

"아~이상해! 이상해!/ 내 마음속에 새겨진 그 말/ 참사랑인 듯하지만 내게 불행을 가져오지 않을까?/ 아~ 이 심란한 마음 어찌할까?/ 난 아직 사랑을 잘 모르는데/ 아! 참사랑의 기쁨! 나는 몰랐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쓸데없는 것이라 여겼었는데."(비올레타 아리아 '아! 이상해~그대였던가' 중)

알프레도 아버지(제르몽)는 둘의 사랑을 방해한다. 제르몽은 비올레타에게 "우리 딸이 결혼을 하는데 오빠가 코르티잔(상류사회 남성이 사교계에 동반하는 공인된 정부)과 함께 산다는 소문 때문에 파혼 위기에 처했다"고 말한다. 알프레도는 자신을 떠난 비올레타를 오해하고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결핵에 걸린 비올레타는 '안녕, 지난날이여'를 안타깝게 부른다.

"안녕, 지난날의 아름답고 즐거웠던 꿈이여/ 장밋빛 얼굴도 아주 창백해지고/ 알프레도의 사랑조차 지금 내게는 없다/ 지쳐 빠진 영혼을 뒷받침하고 격려해 줄 터인데."

▲ 2013년 10월 경남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 모습.  /경남오페라단
▲ 2013년 10월 경남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 모습. /경남오페라단

◇미미 = 오페라 <라 보엠>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출세작이다.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시인·화가·철학자·음악가 등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삶을 담았다. 원작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이다. 라 보엠은 보헤미안의 기질을 뜻한다.

여주인공은 아름다운 창녀, 미미다. 그녀는 백옥같이 희고 고운 손을 지녔고 부서질 것처럼 가냘프다. 시인 로돌포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사랑을 노래하면서 시 속에서 부자처럼 살지요/ 그대의 눈빛이 잔잔한 내 마음을 흔드는군요/ 그 눈빛이 나의 아름다운 꿈을 빼앗아가도 괜찮아요/ 대신 달콤한 희망을 갖게 됐으니까요."(로돌포 아리아 '그대의 찬 손' 중)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미미가 결핵에 걸렸기 때문.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만 이별을 고한다.

"안녕, 이제 떠나렵니다/ 당신의 사랑이 불러서 떠나왔던/ 옛날 집으로/ 혼자 외로운 그 옛 보금자리로/ 그곳에서 향기 없는 조화를/ 다시 만들 거예요."(미미 아리아 '이별의 노래' 중)

미미는 죽기 전 로돌포를 찾아가 기쁨의 재회를 한다. 그리고 묻는다. "제가 아직도 예쁜가요?" 과거나 현재나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여자의 마음은 비슷한가 보다. 로돌포는 대답한다. "새벽처럼 아름답소."

미미의 노래는 읊조림으로 변하고 로돌포는 "미미"를 외치지만 대답이 없다. <끝>

참고문헌 △<금난새의 오페라 여행>(금난새, 아트북스, 2016년) △<판데믹 히스토리>(장항석, 시대의창,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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