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심리적 불안과 경제위축은 상상 이상이다.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이라 할 정도다. 주가와 환율은 매일 요동을 치고 소비는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장이 재난기본소득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재정부담과 실효성 때문에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쓰러져가는 민생경제를 살리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착한 경제활동이 널리 확산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인하하거나 동결하고 있고,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 수수료를 인하·면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각급 학교 개학이 늦춰지면서 생산자들이 애써 키운 작물을 폐기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시민들이 지역 농산물 꾸러미를 이용하는 등 자발적인 착한 소비가 줄을 잇고 있다. 경남에서는 위태로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움직임이 강력하게 전파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전통시장 등 지역 소상공인 업체와 물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착한 소비가 활성화되는 중이다. 신용카드보다 사업주와 소비자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역 화폐와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사실 지역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순환경제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실천은 따라주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대형 마트를 찾고 대형 금융사 신용카드를 쓰는 살림살이 방식에 쉽게 젖어 살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파국은 지역순환경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고, 놀라운 시민의식은 자발적인 동력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코로나19 위력은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다시 묻게 만들고 있다. 전쟁 때나 나타났던 착한 애국심을 자극하고 있고, 물질주의 성장과 양극화로 치달았던 자본 위주 삶의 양식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부보다 현명한 시민이 앞장서서 인류 공동의 적 앞에서 생명과 공동체적 질서의 가치를 부활하는 중이다. 전쟁 같은 위기를 극복하는 중에는 늘 문화부흥, 경제활력, 공동체 복원의 기회가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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