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꾼·범죄혐의자 총선 출마 버젓이
당신의 기권을 저들은 학수고대할 것

온 정치권이 작당 모의라도 한 것 같다. 각 정당 총선후보 공천 과정과 소위 '비례 위성정당' 논란을 보고 있으면 '소중한 한 표'는 무슨, 봉기가 필요하다는 생각까지 한다.

진즉 정치권에서 퇴출해야 했거나 애초부터 출마 자격이 없었던 사람을 또 봐야 할 판이다. 정치를 혐오의 대상으로 추락시킨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나 국회의장(문희상) 하는 아버지 백 믿고 총선에 뛰어든 문석균 씨 같은 사람들 이야기다. 각 당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홍 전 지사 못지않은 막말꾼인 미래통합당 소속 민경욱 의원, 차명진 전 의원과 범죄나 부적절한 일에 연루된 황운하(더불어민주당) 전 대전경찰청장, 최강욱(열린민주당)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김의겸(열린민주당)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지역구 및 비례 출마를 확정지은 것도 참고 보기 힘들다.

민주당과 통합당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 경쟁은 더 가관이다. 배신과 협잡, 음모와 꼼수가 난무하는 싸구려 조폭 영화를 보는 것 같다. 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지도부를 갈아치워가며 '친황교안' 비례 명단을 관철했고, 민주당은 친여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정치개혁연합'을 농락하며 통합당이 개척한 길을 뒤따르고 있다.

양당이 오십보백보지만, 정치 환멸에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하는 쪽은 민주당이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국회 진출을 위해 민주당 스스로 앞장서 도입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 자신이 무참히 짓밟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까지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사이자 범죄 혐의자(최강욱)가 열린민주당으로 향하는 꼴을 방관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최후에 웃는 자는 또 저들이 된다. 거대 정당과 일부 인사들이 저토록 오만하게 구는 건 강성 지지층 표심만 잡으면 된다고, 과정이 어떻든 승리만이 내가 살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 행태가 불편한 당신 따위는 어쩌면 안중에도 없다. 그리고 4월 15일 투표장에 나오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환멸이 외면과 기권으로 귀결되는 게 저들이 가장 원하는 그림이다.

그럼 어떤 정당, 어떤 사람이 바람직한가 고민스럽겠지만, 더 많은 비례 의석의 유혹과 여권 일각의 '협박' 속에서도 원칙과 정도를 지키고자 했던 정의당 같은 당도 있다. 물론 정의당도 몇몇 비례 후보에 대한 부실 검증이나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사태 때 이율배반적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역 및 비례 출마자 중에서도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적어도 홍준표, 민경욱 같은 유의 막장 정치나 문석균의 '아빠 힘 자랑', 황운하, 최강욱, 김의겸 등의 후안무치와 탐욕을 용인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우리는 배웠다. 이 나라 헌법 제1조 2항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