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공중파를 통해 '박사방' 운영자 얼굴이 공개되었다. 이미 25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청와대 게시판을 통해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에 서명한 결과이기도 하다.

국민청원 운영 이래 역대 최대 인원이 참여하고 있는 'n번방 사건'은 정보통신사회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디지털 성범죄사건이다.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을 '노예'로 취급하고 협박하여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입장료를 받고 유포한 성범죄이다. 또한 방마다 숫자를 붙여 여러 개 단체채팅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돈을 내고 채팅방에 들어간 사람 수는 중복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미성년자를 포함해 74명이라고 한다.

이 사건이 일회적이고 특수한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먼저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에 따르면 경남 도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액 알바'라고 현혹하거나,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려둔 개인신상을 털어 연락하고 협박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돈벌이라는 경제적인 수단을 앞세워 인격을 훼손하고 성을 상품화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과학기술 발전이 가져온 어두운 그림자 중 하나이다. 성적 관음증이나 성도착증과 같은 비정상적인 행태를 개인적인 일탈로만 보기는 곤란하다. 디지털 성범죄를 일으키는 용의자들은 소수 개인적 취향을 악용하여 경제적 부를 축적하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힘이 약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범죄를 성폭력처벌법·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청소년성보호법과 같은 법률로만 처벌하기는 곤란하다. 오히려 현대사회 발전에 법률 역시 발 빠르게 조응하면서 변화해야 한다. 사람의 인격을 구속하면서 교묘하게 '길들이기(그루밍)'하는 범죄를 형사법에서 다루어야 한다. 즉, 시대 발전에 맞추어 형사법의 내용을 현대화하고, 범죄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전액 환수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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