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실리도 주민 116명 자발적 격리
객선 운항·조업 20일 중단…회관도 폐쇄

"우리는 육지로 가는 객선과 어업용 선박 운항을 20일 동안 하지 않았다. 우리 어민 100여 명은 육지로 나가지 못하고 꽁꽁 묶여 있었다. 조업도 하지 않았다. 모두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섬 실리도는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육지로 가는 모든 객선 운항을 중단하고 조업도 하지 않았다.

실리도에 확진자가 나와서 내려진 조치는 아니었다. 어민 100여 명이 살고 있는 실리도에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순식간에 섬 전체로 퍼질 수 있다고 본 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한 결정이었다. 한마디로 주민들이 자발적 격리를 선택한 것이다. 객선 운항은 지난 16일부터 재개했다.

24일 실리도에서 만난 이민호(60) 어촌계장은 "마을에서 지자체 지원을 받아 주민들을 위해 배를 한 척 운영하고 있는데, 이 배뿐만 아니라 어민들이 가지고 있는 배로 육지에 가는 것도 모두 막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객선 운항과 조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건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실리도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실리도 객선이 통제된 시기는 기상 악화 문제로 2~3일 정도 출항이 금지된 때가 유일했다. 전염병 확산을 막고자 한 달 가까이 모든 선박의 운항을 통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실리도에서 어민들이 24일 바지락을 캐고 있다.  /최석환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실리도에서 어민들이 24일 바지락을 캐고 있다. /최석환 기자

실리도는 지난달 26일 마을 주민들이 즐겨 찾던 실리도 복지회관을 잠정 폐쇄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주민 간 전염을 막기 위해서다. 이 조치로 복지회관에 갈 수 없게 된 주민들은 자택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 어촌계장은 "주민들은 복지회관이 폐쇄돼서 보통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이 분들 중에는 객선 운항 금지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에도 병원에 가지 못해 큰 불편을 겪은 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리도에는 현재 45가구 116명이 살고 있다. 창원에 있는 유인도 5곳 가운데 배로 이동해야 하는 섬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

실리도~육지 간 배는 현재 하루 7회씩 운항 중이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져 객선 운항 통제와 조업 금지를 풀었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앞으로 있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데다 외부인들이 실리도에 들어와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어촌계장은 "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섬에 올 텐데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더 나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며 "섬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육지가 더 걱정이다. 모두가 합심해서 지금 상황을 잘 극복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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