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변경 후 첫 공판
재판부, 양측에 PT 준비 요구
김 지사 측 증인 요청은 기각

김경수 경남도지사 측이 24일 재개된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항소심 15차 공판에서 드루킹 측과 공모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달 항소심 재판부가 교체된 뒤 처음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공모"라며 "1심은 피고인(김경수 지사)이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사용·개발을 승인했고 이를 보고 받은 걸 공동정범이라고 했는데, 이는 합리적으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의 댓글조작을 몰랐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지사 측은 또 "김동원의 진술 중 주요 부분은 모두 허위이고, 이에 따른 추론도 모두 사실 오인"이라며 "김 씨는 김 지사와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려 킹크랩을 승인했다고 최측근에게 거짓말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건의 실질적 핵심에 대해 새 재판부가 직접 대면하고 증인 신문을 통해 직접 판단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지사 측의 이 같은 입장은 이전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 참석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정범 여부가 불투명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데 대한 대응 겸 반박이자, 새 재판부가 드루킹 김 씨 등을 다시 불러 사건의 진실을 원점에서 파헤치자는 의도로 해석됐다. 새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김 지사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드루킹 등을 증인으로 신문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지금까지 많은 증인과 증거 및 자료가 나온 만큼 중복되는 증거나 증인은 더 채택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그러나 재판부 구성원이 2명이나 바뀐 상황에서 전반적인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것은 우리가 심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새 재판부도 검찰이 무슨 주장을 하는지 듣고, 피고인 측에 변론할 시간을 드리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부분을 다 해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는 이전 항소심 재판부가 킹크랩 시연 등과 관련해 잠정적 판단을 내렸지만 새 재판부는 이에 구애받지 않고 공판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이에 "이미 잠정 결론이 난 사안을 두고 다시 논쟁하는 PT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지사 측은 이날 공판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이 공모관계에 있다는 근거의 가장 큰 기둥이 킹크랩 시연회"라며 "당연히 공모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시연회 자체를 본 적 없다는 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변론 방향"이라고 했다.

다음 16·17차 공판은 총선 이후인 4월 27일 오후 2시와 5월 19일 오후 2시에 서울고등법원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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