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 공포 담은 시·그림 보고, 생상스·리스트 동명 음악 작곡
말러 연가곡은 상실 슬픔 표현

음악은 우리를 상상하게 한다. 같은 곡을 들어도 누군가는 엄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연인을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오늘 언급할 두 곡은 질병에 따른 죽음을 소재로 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닥쳐오는 시기만 다를 뿐이다. 이별이 있으면 만남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당신에게 이 두 곡이 어떤 상상력을 선사할지 궁금하다.

▲ 프랑스 출신 카미유 생상스 /위키피디아
▲ 프랑스 출신 카미유 생상스 /위키피디아
▲ 죽음의 무도 QR코드
▲ 죽음의 무도 QR코드

◇죽음의 무도 = 중세시대 흑사병(페스트)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갔다. 죽음의 공포는 묘지 비석, 수도원 담, 교회 등지에 그림으로 나타났다. 성별, 나이, 계층 상관없이 누구나 죽는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표현한 '죽음의 무도'다. 이는 중세시대를 지나 19세기 회화, 문학, 음악까지 영향을 미쳤다. 괴테는 죽음의 무도라는 발라드(ballade·담시)를 썼고 카미유 생상스는 교향시를 작곡했다.

프랑스 출신인 카미유 생상스(1835~1921)는 앙리 카잘리의 시를 읽고 '죽음의 무도'(1874)를 작곡했다. 우리에겐 김연아의 출전곡으로도 유명하다.

생상스의 음악적 상상력은 7분여간 발휘된다. 유령이 세상에 나오는 단 하루, 해골과 유령들이 광란의 춤을 춘다.

하프의 스타카토(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연주)가 자정을 연다. 바이올린의 불협음이 울리자 '지그 지그 지그' 죽은 자들이 깨어난다. 해골들이 왈츠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생상스는 해골들의 춤을 여러 악기로 표현한다. 당시 자주 사용하지 않은 실로폰이 등장해 해골들의 뼈와 뼈가 부딪히는 소리를 나타낸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밝아오는 법. 오보에의 스타카토가 수탉의 울음소리를 대신하며 광람의 밤은 끝난다.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생상스보다 일찍 '죽음의 무도'를 썼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본 벽화 <죽음의 승리>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완성했다. 리스트는 생상스의 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 오스트리아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  /위키피디아
▲ 오스트리아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 /위키피디아
▲ 죽은 아이를 위한 QR 코드
▲ 죽은 아이를 위한 QR 코드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1788~1866)는 전염병 디프테리아로 두 아이를 잃었다. 그는 아이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을 400여 편의 시로 썼고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라는 시집으로 출간됐다.

이 시집을 읽은 보헤미아 태생의 오스트리아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감동했고 이 가운데 다섯 편의 시를 선택해 연가곡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단지 언덕을 돌아오고 있을 뿐이니!/ 그들은 단지 우리보다 앞서 갔을 뿐,/ 그리고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는구나!/ 우리도 아이들을 따라 언덕으로 갈 것이니/ 햇빛 비치는 저 높은 언덕 위에서 만나리!'(노래 중 일부)

참고로 이 가곡은 우리나라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곡으로 여러 번 연주됐다.

운명의 장난일까. 이 곡을 만든 말러는 자신의 큰딸을 잃게 된다. 사인은 디프테리아.

"나는 아이들에게 부드러운 입맞춤을 해주고 나서 불과 한 시간도 안 되어 죽음을 한탄하는 노래를 작곡했던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부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게 해주소서." 부인 알마의 기도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참고문헌 △<더 클래식 셋: 말러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문학수, 돌베개, 2016년) △<문화예술 100과사전>(정윤수, 숨비소리, 2007년)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