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3·15의거 60주년 기념 전시를 주도한 김태희 작가에게 전시를 연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미술, 연극, 음악, 문학. 어렵게 느껴지지만 예술은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다. 미술인은 그림, 연극인은 대사·몸짓, 음악인은 연주·노래, 문학인은 글이라는 언어로 자기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는 미학적 아름다움을, 처한 현실의 암울함을, 또는 그 속에서 발견한 희망을 표현하기도 한다. 때로는 정치를 풍자하고, 사랑을 고백하기도, 그리운 이를 추억하기도 한다.

그럼 글을 언어로 하는 기사는 예술일까. 이것은 다른 문제다. 목적이 다르고 울림이 다르다. 기사는 기자가 선택한 정보를 알릴 목적이 있다. 반면 예술의 목적은 머릿속 생각을 자기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있다. 울림에도 차이가 있다. 기사를 써서 당장 수많은 독자 생각을 바꿀 수는 있지만, 이슈가 끝난 뒤 그 기사는 그저 '지난 기사'일 뿐이다. 예술은 수십 년, 수백 년이 흘러도 강한 여운을, 어쩌면 창작 당시보다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코로나19로 3·15의거 60주년 기념식이 축소되면서 야심 차게 준비한 관련 예술 행사들이 취소됐다. 이런 가운데 작가 6명이 3·15의거를 기억하는 작품을 제작해 전시를 열고 있다. 관이나 단체가 주도한 게 아니라 작가들이 전시장 섭외, 도록 제작까지 하나하나 준비한 전시다. 3·15의거에 참가한 작가, 멀리서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작가도 동참했다. 이들이 뭉친 이유는 하나다. 자신의 언어로 3·15의거를 기리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전시장을 방문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 울림은 이 칼럼과는 또 다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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