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0조 규모 금융지원책에 현장선 직접지원 요구
임대료·국민연금·건강보험료·전기료 등 감면 목소리

정부가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50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좀처럼 와 닿지 않는 모습이다. 상인들은 대출보다는 직접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20일 반송시장·상남동 일대를 돌며 현장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들에게 정부의 금융지원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상인들은 대체로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는 생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반송시장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황 모(63·반림동) 씨는 "언제 상황이 좋아질지 알면 일단 빚으로 가게를 유지하고 나서 열심히 갚으면 된다. 하지만, 상환 계획도 없이 이자가 싸다고 무작정 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지금 가게 문을 닫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말이다.

횟집 주인 임 모(63·반송동) 씨도 "싼 이자로 돈을 빌려도 몇 달이면 고스란히 임대인에게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빚을 낼 바에는 월세를 미루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지금은 임대인도 점주를 무작정 쫓아낼 수 없다"고 했다. 전세금이 걸려있을 뿐 아니라 난 자리에 들 사람도 없어서다.

상인들은 대출이 아닌 직접지원을 호소했다. 월세와 각종 세금 부담을 줄여달라는 뜻이다.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이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로 빚을 내는 가장 큰 원인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비중이 높은 항목은 역시 월세였다. 임 씨는 "착한 임대료 운동이 퍼진다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먼 나라 얘기"라며 "30%라도 깎아주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임대인들이 적극적으로 월세를 깎아줄 이유를 정부가 만들어 달라"고 했다.

상남동에서 백숙집을 하는 박 모(58·성주동) 씨도 임대인 선의를 기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 지난 20일 찾은 창원시 상남시장 상가 내부 모습. '점포정리'라고 써 붙인 매장이 눈에 띈다.  /이창우 기자
▲ 지난 20일 찾은 창원시 상남시장 상가 내부 모습. '점포정리'라고 써 붙인 매장이 눈에 띈다. /이창우 기자

그는 "세무서에 임대료 수익이 다 신고되고 있다. 정부가 월세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방법도 행정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세 말고도 상인들을 괴롭게 하는 고정비는 많다.

부가가치세, 전기·수도요금,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는 직장인과 달리 전부 본인 부담이다.

건강보험료는 소득과 재산을 모두 살피기 때문에 보험료도 만만찮다. 가족을 피부양자로 올릴 수도 없다.

상남시장 반찬가게 주인 육 모(55·상남동) 씨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다. 역시 지역가입자인 다른 가족들 몫까지 매달 70만 원의 보험료를 낸다.

그는 "물건을 떼오려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트럭 두 대 때문에 더 비싸졌다"며 "몇 달 안 낸다고 기금이 마르는 것도 아닌데 좀 미뤄주면 얼마나 좋으냐"고 되물었다.

상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ㄱ(55) 씨도 "부가세, 건강보험료, 전기요금 같은 것들을 패키지로 감면해 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급할 때는 우선 사람을 살리고 봐야지 다 망하면 세금 낼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소상공인들의 요구가 일부 담기기도 했다. △임대료 인하분의 50% 세금 공제 △연매출 4800만 원 이하 사업자 부가세 면제 등이다. 여전히 임대인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정부는 앞으로도 매주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상황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재난기본소득, 건강보험료 감면 역시 논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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