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모습·의지로 살아나가는 지금
교만·아만 비우고 남에게 공덕 베풀어야

봄(春)이 와도 봄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심정으로 일상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어느 신도의 푸념을 알 듯했다. 코로나19로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사찰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계종단 전체가 산문을 폐쇄하는가 하면 조석 예불을 유튜브를 통해서 신도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작금에는 진제 종정예하를 비롯해 전국의 제방 사찰 스님들이 국민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실 심리적 위기지만 정상적인 감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친구와 소통하는 규칙적인 생활 리듬이 필요하고 소통에 따른 대화 기법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확인되지 않거나 과장된 네거티브 정보는 질병통제 노력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고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불안감을 고조시켜 걱정이다. 이럴 때는 여야, 진보, 보수를 떠나 국민의 안녕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리고 지금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정확한 정보에 귀 기울여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세계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을 보고 '차분하게 일상을 보내면서 생필품 사재기를 비롯 병원 난입 등 무질서한 모습을 볼 수 없다.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결기에 찬 대단한 민족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슬픔과 미혹과 고뇌에 시달린다. 어쩌면 이 같은 우비고뇌(憂悲苦惱)는 비켜갈 수가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마음은 바로 자신이 만들고 빚어낸 결과이다. 하지만 그 자체도 인정하지 못하고 자꾸만 미혹한 삶을 지내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다. 미심(迷心)을 버리지 못함으로써 열반을 성취하지 못한다고 했다. 붓다는 "게을리 지내지 말라. 나도 게을리 지내지 않았기 때문에 해탈을 이루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한없는 좋은 일이 게으르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다. 일체만물은 존재하는 것이 없다. 이것이 여래의 최후로 남긴 말이다"라고 했다. 인생은 참으로 짧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으로 인생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연이 생기고 소멸하는 것으로 인생을 스스로 살펴보라고 했다. 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진리인가. 이 세상은 실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 있다. 간혹 쌍둥이가 있기도 하지만 그건 외양만 닮아 있을 뿐이지 성격이 같을 수가 없듯이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생명이 저마다의 모습과 의지로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가 방역의 주체가 되어 기적을 낳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수행자는 나의 수행과 이웃을 위한 헌신이 결코 둘일 수 없다는 자타불이 정신을 살려 나가야 한다. 남에게 공덕을 베푼다는 일은 철저하게 자기를 버릴 때만이 성취된다고 했다. 자기를 버리고 이웃을 위해 헌신할 때 자기와 이웃이 동체대비가 되어 참된 깨달음으로 나아간다. 지금이 그럴 때이다. 또 이웃에게 공덕을 돌려주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행하면 행복하다. 분명히 자각하건대 자신의 교만과 아만을 비우고 행하는 삶 자체가 참된 공덕을 내 이웃에게 회향토록 하는 일임을 깊이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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