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아까운 월세 허무하게 날릴 판"

경남 도내 대학들이 개강 이후에도 원격수업을 진행함에 따라 미리 자취방을 구한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계약 날짜에 입주할 이유가 없어져 월세를 날리게 됐기 때문이다.

창원대 신입생 ㄱ(24·부산 용호동) 씨는 지난 2월 중순 일찌감치 자취방 계약을 끝냈다. 좋은 매물이 다 나가기 전에 방을 구했던 것이다.

개강이 3월 16일로 연기된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날짜에 맞춰 입주날을 잡았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교육부가 각 대학에 비대면수업 지침을 내린 것이다.

창원대는 이달 27일까지 원격수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ㄱ 씨는 난처해졌다. 직접 등교하지도 않는데 2주나 먼저 집을 떠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괜히 월세만 날리게 된 셈이다.

그는 "4월부터라도 정상적으로 등교하게 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생각이다"라면서도 "개강이 더 연기된다면 집주인에게 월세를 깎아달라고 사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경남대 재학생 ㄴ 씨는 아직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기 전인 2월 초순에 계약을 마쳤다. 개강 며칠 전에 들어와 있을 셈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격수업 결정이 났다.

그는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돈인데 허무하게 날릴 판"이라며 "그나마 월세가 싸 아직 버티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 처지에서는 입주날짜를 미루고 월세를 조금이라도 덜 내고 싶은 것이 공통된 생각이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들은 한 번 임대차계약을 맺은 이상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창원대 앞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ㄷ 씨는 "최근 억울한 상황에 빠진 학생들이 많다"면서도 "아직 학생들에게 임대료를 깎아줬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주는 집주인도 없지는 않았다. 공인중개사 ㄷ 씨는 "근처 집주인 중 딱 한 분이 학생의 난처한 상황을 고려해서 월세를 깎아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절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마저도 주위의 눈치 때문에 알려지길 원하시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내 대학들은 원격수업 기간 추가 연장을 고려하고 있다. 경남대는 최근 원격수업기간을 4월 10일까지 늘리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창원대 역시 "20일 총장 주재 회의에서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경상대도 원격수업을 4월3일까지 1주일 더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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