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단일 시즌 최다 도움
'나만의 슛'만들기로 키 극복
3점슛 성공률 시즌 3위 도약

"허예은이 저보다 작을 줄 알았는데, 165.2㎝더라고요."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의 가드 안혜지(23·164㎝)의 말이다.

안혜지는 리그에서 최단신인 164㎝지만 현재 어시스트(AS)와 출전 시간 1위, 3점 슛 성공률과 스틸 3위, 3점 슛 성공 개수 8위, 국내 선수 공헌도 3위 등에 이름을 올리며 농구는 키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농구계 격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특히 안혜지가 대단한 것은 이번 시즌 평균 어시스트가 7.7개라는 점이다. 이는 여자프로농구가 단일 시즌제가 된 2007-2008시즌 이후 최다 기록이다.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코치가 2009-2010시즌 7.5개, 이미선 용인 삼성생명 코치가 2010-2011시즌 7.1개를 기록했는데 안혜지가 이 '여자농구 전설'로 불리는 대선배들의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단일 시즌 이전에는 2001년 여름 리그에서 김지윤 전 신한은행 코치가 8.5개, 2005년 여름 리그에서 전주원 코치가 8.1개까지 한 기록이 있다.

현재 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 때문에 중단된 상태여서 부산 체육관에서 훈련 중인 안혜지는 "8일 경기가 끝나고 5일 정도 쉬었기 때문에 최근에는 체력을 다시 올리는 연습 위주로 하고 있다"며 "외국인 선수 단타스가 귀국했지만, 리그가 재개되면 국내 선수들끼리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잘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로 준비 중"이라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 지난 6일 부산 BNK센터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 썸과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경기. BNK 안혜지가 골 밑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6일 부산 BNK센터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 썸과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경기. BNK 안혜지가 골 밑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혜지는 지난 시즌에도 평균 어시스트 6.4개로 1위에 오른 선수다.

올해 단일 시즌 최다 어시스트 기록도 기록이지만 또 눈에 띄는 것은 3점 슛 성공률이다. 2017-2018시즌 11.1%였던 3점 슛 성공률이 지난 시즌 26.2%로 늘었고, 이번 시즌에는 36.2%까지 올라와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안혜지는 "이번 시즌에는 사실 어시스트보다 득점에 더 신경을 썼다"며 "제 공격이 없으면 제가 뛸 자리도 없어진다는 생각으로 훈련했다"고 밝혔다.

연습량도 크게 늘렸다. 그는 "최윤아 코치님이 잘 잡아주시는 것도 있고, 하루에 800∼900개 정도 슛 연습을 한다"며 "작년에는 연습 체육관이 없어 야간 슛 연습을 못 했는데 올해는 연습 체육관이 있으니까 그런 점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 동주여고 출신인 그는 "중·고등학교 때도 선생님들이 '안 들어갈 슛은 아닌데…'라고 하셨다"고 웃으며 "그런데 패스 위주로만 하다 보니까 슛에는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출전 시간도 평균 37분 16초로 6개 구단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많다. 안혜지는 "제가 잘해서 뛰었다기보다…"라며 겸손해했지만 그만큼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는 의미다.

올해 신인으로 청주 KB에 입단한 가드 허예은을 보며 최단신 타이틀에서 벗어나나 싶었지만, 허예은은 안혜지보다 '무려' 1.2㎝나 더 큰 키를 자랑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작으면 대신 빨라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무엇보다 자기 슛이 있어야 다른 것을 할 수 있다"고 '신장 차이'를 이겨내기 위한 자신의 노하우를 설명했다.

"올해 득점력이 좋아졌지만, 가드로서 실책이 많은 부분은 반성해야 한다"는 안혜지는 '올림픽 국가대표에도 뽑히고 싶지 않으냐'는 물음에 "선수라면 당연히 있고, 뽑아주시면 감사히 뛰겠다"고 답하며 "앞으로 '가드 하면 안혜지'라는 말을 듣는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