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일정 줄취소·휴관, 작가들 생계비 벌고자 거리로…문예진흥원 "대책 내주 발표"

"일용직이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도내 미술계가 휘청이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전시장(갤러리)들은 상반기 전시 일정을 취소하고, 작가들은 생계를 걱정하며 일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개점휴업 전시장 = 보통 갤러리는 1~2년 정도 전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작가 섭외는 물론 작품 운반과 설치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2월 중반만 해도 도내 갤러리 분위기는 "전시 오픈 시기를 조금 늦추겠다"였다. 하지만 경남에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가량 지나고, 4~5월까지도 안심할 수 없게 되면서 전시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국외 작가 초청을 계획했던 곳은 타격이 크다. 3월 일본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려 했던 ㄱ 갤러리 관장은 "외국인 작가는 입국 절차와 작품 배송에 문제가 있어 전시를 취소했고, 다른 상반기 일정도 모두 미뤘다"고 전했다.

한국 작가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관중이 없는 시기에 작가에게 전시를 하라는 것은 실례다.

3월 전시를 취소한 ㄴ 갤러리 관장은 "평소 하루 평균 20~30명은 꾸준히 방문했는데 요즘은 사람을 구경하는 게 너무 힘들 정도"라며 "모든 산업이 그렇겠지만 갤러리를 운영하는 데도 고정비용이 드는데 손해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미술품은 작품을 설치하는 데 많은 공이 들어간다. 무슨 배경을 쓰느냐, 어떤 순서로 배치하느냐, 조명을 얼마나 세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성 들여 전시 준비를 모두 마쳤지만 선보이지 못하는 곳도 있다. ㄷ 갤러리 관계자는 "우리 갤러리는 입장료로 수익을 얻는 구조인데, 휴관을 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뛰는 작가들 = 갤러리들 손해도 크지만 더 큰 문제는 작가들이다. 전시를 못 여는 것은 물론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먼저 상반기 전시를 계획했던 작가들은 난감하다. 전시를 전제로 하는 문예진흥기금을 받았다면 전시를 꼭 열어야 한다. 하지만 취소된 전시들이 하반기에 쏠리면 전시장을 구하기조차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도내 작가들은 전업이라 해도 대다수 미술 관련 수업으로 수익을 얻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화센터 등 관련 강좌들이 취소되면서 작가들이 재룟값이라도 벌고자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3월로 예정된 전시가 연기되고, 틈틈이 해오던 미술수업이 취소된 한 작가는 최근 택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생계는 이어가야 하기에 단기로 일할 곳을 구했다"며 "연기된 전시도 실제로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작가들은 전시는 돌볼 틈도 없이 당장에 일용직 일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지경이다. 창원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한 작가는 "아르바이트 선생님은 출근하지 말라고 안내했다"며 "원생들은 수업을 취소하는데 학원 월세에 정규직 선생님 월급 70%는 줘야 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지원 방법 고심 = 사태가 긴급하다 보니 당장 작가들이 도움받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시각예술분야를 포함한 도내 예술인들의 어려움을 덜고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진흥원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예술인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온라인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몇 가지 지원 방안이 나왔고, 현재 경남도와 예산 등을 조율하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 중 지원 방법이 결정되면 이번 사태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도내 예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예진흥기금과 관련해서도 "문체부가 하는 사업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어려운 만큼 작가들이 전시 일정을 조율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 예상한다"며 "하반기 전시장이 몰리는 것과 관련해서는 진흥원 차원에서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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