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생물'에 빗대곤 한다. 정치인들의 처세를 나타내는 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상태를 뜻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생물인 정치란 놈이 제멋대로 나를 어디로 끌고 가 책임지지 않고 빠져나갈 매우 정략적인 말'이라고 표현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미래통합당 공천과정에 반발해 탈당,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총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부터 고향 출마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지만 정말 탈당까지 감행할 것인지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결과는 무소속 출마였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정치는 생물이라며 그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특히 김 전 지사는 이런 지지자들에게 명분이라도 제공하듯 '나쁜 공천으로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당을 떠나는 것일 뿐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탈당 후 김일수 경남도의원도 미래통합당을 탈당했다. 그는 '변화와 발전을 희망하는 지역민들의 민심을 외면한 공천과정이 발목을 잡았다'며 '큰 인물의 귀향에 힘을 보태고자 탈당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와 같은 길을 걸으며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잘못됐든 김 전 지사 측이 잘못됐든 탈당 사태는 분명 유권자의 눈에는 불편한 일이다. 예전부터 미래통합당을 지지해 왔던 산청·함양·거창·합천 주민들에게는 혼란이고 분열이다. 김 전 지사가 정당성을 두려면 생물이라는 표현처럼 살아 움직이는 역동성이 지역주민에게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박한 '생계형 정치인'으로 고향에 안주하려는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을 것이다. 과연 정치는 생물일까? 김 전 지사의 탈당을 보는 눈도 생물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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