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부담 낮춰도 불황 속 투자 회복 가능성 의문
경남대 서익진 교수 "직접 돈 줘 소비 유인하는 게 낫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0%대 금리 시대로 들어섰다. 한은이 금리를 과감하게 내린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상황이 그만큼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p 인하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1%p 내린 데 이어 '빅컷(big cut·큰 폭의 금리 인하)'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정책 공조에 동참했다.

기준금리란 한 나라의 금리를 대표하는 정책금리를 말한다. 보통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중에 돈이 풀려 통화량이 늘어나 경기가 되살아나고, 인상되면 시중 돈을 흡수해 통화량이 줄어들고 과열된 경기를 꺼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대한다.

이번 금리 인하는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에 미칠 충격과 금융시장 변동성 고조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이날 결정문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해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성장과 물가 파급 영향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위축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각국 이동제한으로 글로벌 경기위축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성장률도 당초 전망치(2.1%)보다 낮아지지 않겠나 본다"고 말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의 가장 큰 이유로 자영업자 생존을 꼽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골목상권과 서비스업의 붕괴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리면서 영세자영업이나 서비스업,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리 인하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해선 의구심도 나온다.

서익진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시중 금리가 내려가면 소비자, 기업들이 돈을 빌려서 투자하고 소비도 하면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요즘 상황은 이와 다르다. 실물 경제 주체들이 투자, 소비를 늘려가야 하는데 문제는 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기업 투자는 기본적으로 경기 전망에서 비롯된다. 돈을 빌려 상품을 생산하면 팔릴 것이란 전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전망이 없으면 금리가 내려도 투자를 안 한다. 현재 장기 불황 등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가 늘어야 투자가 는다. 차라리 소비할 수 있는 돈을 직접 줘 가계 구매력을 늘려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특히 어려운 사람들의 구매력을 올려주면 투자가 저절로 유인될 수 있다"며 실질적인 재정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대출 금리가 낮으니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하재갑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남지부장은 "경기가 얼어붙어 있고 대출 규제가 심화한 상태에서 금리가 내렸다 한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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