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마스크연대, 노동자들에게 직접 만든 마스크 전달
비정규직 노조·정당·전업주부 등 시민 40여 명 동참

김해 시민들이 코로나19를 다함께 극복하자는 마음을 모아 마스크 제작에 나섰다. 손수 만든 면 마스크는 여러 노동자들에게 전달됐다.

"이렇게 숨죽이고만 있을 수 없다.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가파르던 2월, 대리기사 이천기(50·김해 내외동) 씨 머리에 스친 생각이다. 감염이 두려워 한동안 집에 머무르던 참이었다. 방에서 TV만 보는 생활이 반복되자 어느새 우울감이 찾아왔다.

하지만 우울해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을 다른 사람들을 떠올렸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노동자들 생각도 났다. 함께 일상의 우울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연대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면 마스크를 제작하기로 했다. 모두가 힘들지만 더 힘든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계획만 있었어요. 돈도 사람도 없고, 마스크 만드는 기술은 더더욱 없었죠. '일단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해보자'는 생각만으로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사람을 모아야 했다. 이 씨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연대를 호소했다. 시간이 많은 사람보다는 좋은 취지에 공감해줄 사람들을 찾았다. 제안에 응한 지인들은 또다시 주위를 수소문했다.

개학이 연기돼 생존투쟁에 나선 학교 비정규직노조 김해지회원들이 기꺼이 동참했다.

본인들도 어렵지만 함께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교육희망김해학부모회 회원들과 민중당 당원들도 손을 내밀었다. 그 외 사회활동가, 상담사 등 본업이 있는 시민들은 물론, 전업주부들도 함께했다. 하나둘 모인 인원이 현재 40명. '김해마스크연대'가 출발하는 순간이었다.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마스크를 만들려면 재료값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을 모으고 보니 문제는 거짓말처럼 해결됐다. 연대에 동참한 사람들이 기꺼이 후원금을 낸 것이다. 뜻밖의 도움도 이어졌다. 천과 끈을 사기 위해 찾은 상점 주인들이 하나같이 값을 깎아준 것이다. 김해 동상시장에서 원단집을 운영하는 김차기 씨는 "저희야 원단만 팔면 되지만, 이분들 뜻이 너무 아름답더라"며 "조금이라도 동참하기 위해 도매가로 떼 드렸다"고 말했다.

▲ 지난 12일 택배기사들을 찾아 면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김해마스크연대
▲ 지난 12일 택배기사들을 찾아 면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김해마스크연대
▲ 지난 15일 택시기사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모습. /김해마스크연대
▲ 지난 15일 택시기사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모습. /김해마스크연대
▲ 마스크를 제작하는 김해마스크연대 회원들. /김해마스크연대
▲ 마스크를 제작하는 김해마스크연대 회원들. /김해마스크연대
▲ 지난 9일 대리기사들에게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김해마스크연대
▲ 지난 9일 대리기사들에게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김해마스크연대

연대의 손길은 그치지 않았다. 재단·재봉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지만 재봉틀이 없어 고민하던 때, 김해교육지원청이 선뜻 재봉틀을 제공한 것이다. 교육희망학부모회 회원들이 특성화고 학생들이 실습하는 공간에 있던 재봉틀을 생각해냈다. 아무것도 없이 의지만 갖고 시작한 일이 점점 실현되기 시작했다.

모든 작업은 회원들의 가정에서 이뤄졌다. 이천기 씨는 매일 오전 10시에 각 가정을 돌며 재료를 공급하고 작업물을 수거했다. 재단을 맡은 회원에게 재료를 가져다 주고, 재단이 끝난 작업물을 재봉하는 회원에게 전달했다. 이 씨는 "40~50장을 만드는 데도 4시간씩 걸린다. 직업이 있는 회원들은 퇴근하고 저녁 내내 작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완성된 마스크를 모아 소독을 한 뒤, 하나하나 포장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연대 회원들은 이렇게 만든 마스크를 지난 9일과 12일에 대리기사·택배기사에게 전달했다. 종일 대면 업무를 하면서도 마스크 구하기는 힘든 사람들이라서다. 지난 15일에는 한 번에 모이기 힘든 택시기사들에게 마스크를 전달하기 위해 버스터미널에서 발품을 팔기도 했다.

이 씨는 "마스크를 전달받은 노동자분들이 회원들의 마음에 너무 감동해 주셨다"며 "그 모습을 보고 회원들도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전했다. 실제 마스크를 전달받은 택배기사 ㄱ 씨는 "배송하기 바빠 마스크 5부제는 먼산 보듯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CJ같은 대기업에서도 계약관계 운운하며 기사들의 마스크를 신경써 주지 않는 상황에서,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순수한 마음에 감사하며 2장으로 열심히 빨아쓰고 있는 기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해마스크연대는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마스크 제작에 힘쓸 생각이다. 17일에는 장애인활동지원사와 장애인들에게 전달할 계획을 짜 뒀다.

이 씨는 "손에 볼펜 자국, 고름자국이 남은 회원들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힘 닿는 데까지는 해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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