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문화예술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5년 전 메르스 때도 그랬다.

통계청의 당시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오락·문화 지출 감소(-4.4%)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3분기(-4.6%)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한 의식주에만 지갑을 열고 문화·예술에는 지갑을 닫는다.

논문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예술소비에 대한 죄책감 연구>는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예술소비가 위축되는 원인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예술소비에 대한 죄책감이 높을수록 예술소비가 감소했다.

예술소비를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쾌락적 소비로 인식하고 사람들은 쾌락재보다 실용재를 소비하는 것이 윤리적 의무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진정 문화예술생활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넘어서는 불필요한 사치인 걸까.

사치를 정당화하는 건 아니지만 장 카스타레드가 쓴 <사치와 문명>을 보면 사치는 인류 역사에 개성을 부여하고 문명을 키워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에서 작은 사치를 누린다.

김영하의 책을 사고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티켓을 사고 조성진 공연을 본다. 몇 년 전 힘들 때 주위 사람에게 토로해도 돌아오는 건 더 큰 공허함이었다.

그때 책은 나에게 친구가 되어주었고 텅 빈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일상을 천천히 보고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주었고 네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살 수 있다고, 그럴 힘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는 요즘, 심리적으로 위축될 때 우리에게 더 필요한 건 문화예술의 소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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