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정체 몰랐던 고대인, 잘못된 행동 대한 징벌로 묘사

바이러스는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나 존재했다. 전쟁이나 가뭄, 기근 등으로 식량이 부족해지고 영양 상태가 안 좋아지면 인간의 몸은 바이러스가 기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전염병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의 정체를 몰랐던 고대인들은 전염병을 인간의 악한 마음이나 잘못된 행동이 불러온 신의 분노라고 생각했다.

◇이스라엘을 덮친 여호와의 엄벌

"다윗이 아침에 일어날 때에 여호와의 말씀이 다윗의 선견자 된 선지자 갓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가서 다윗에게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게 세 가지를 보이노니 너를 위하여 너는 그중에서 하나를 택하라 내가 그것을 네게 행하리라 하셨다 하라 하시니 갓이 다윗에게 이르러 아뢰어 이르되 왕의 땅에 칠 년 기근이 있을 것이니이까 혹은 왕이 왕의 원수에게 쫓겨 석 달 동안 그들 앞에서 도망하실 것이니이까 혹은 왕의 땅에 사흘 동안 전염병이 있을 것이니이까 왕은 생각하여 보고 나를 보내신 이에게 무엇을 대답하게 하소서 하는지라."

구약성경 '사무엘 하' 24장 11절에서 13절 내용이다. 사무엘 하편은 기원전 1100~931년 사이에 기록한 것으로 본다. 고대 이스라엘의 제2대 왕, 다윗의 통치 말년이다. 국가의 위상이 제법 번듯해져 잔뜩 오만해진 다윗 왕에게 여호와가 벌을 내리기 전 선지자 갓을 통해 세 가지 선택지를 준다. 칠 년 기근, 석 달 동안 원수에게 쫓기기, 사흘 동안의 전염병이다. 다윗 왕은 전염병을 선택한다.

"이에 여호와께서 그 아침부터 정하신 때까지 전염병을 내리시니 단에서부터 브엘세바까지 백성의 죽은 자가 칠만 명이라." (15절)

사흘 만에 전염병으로 7만이 죽었다. 이에 다윗 왕이 아라우나의 타작마당에 제단을 쌓고 제물을 바쳐 제사를 드리니 이스라엘에 내린 모든 재앙이 그쳤다고 성경은 적고 있다.

▲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지음

◇인도 마가다국 승려들의 활약

남방불교 팔리어(빠알리어) 경전 중 <마하박가>에는 마가다국에 창궐했던 전염병 이야기가 나온다. 기원전 6세기에서 1세기까지 인도 갠지스강 중류 지역에 번영했던 나라로 불교와 자이나교의 발생지다. 석가모니가 설법한 영취산과 최초의 사찰인 죽림정사가 마가다국 수도에 있었다. 어느 해 마가다국에 전염병이 돌아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갔다. 병자들은 당대 최고 명의인 지바카를 찾았으나 그는 왕족이나 귀족들 치료하는 것으로도 정신 없이 바쁘다. 결국,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승려들이 모여서 수행하는 사찰. 혹시나 받아주지 않을까 봐 모두 출가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승려들은 이들의 딱한 처지를 알고 모두 받아들이고 정성을 다해 돌본다.

팔만대장경 중 <찬집백연경> 보응수공양품(報應受供養品)에는 석가모니가 전염병을 구제한 이야기가 나온다. 석가모니가 죽림정사에 머물 때 나라(那羅)라는 마을에 전염병이 퍼져 많은 이가 죽었다. 주민들이 하늘 신에게 기도를 올렸지만 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석가모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간절히 도움을 청하는 중생을 외면하지 못한 석가모니는 승려들과 그 마을을 찾는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선한 법을 닦도록 제도하자 전염병이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당시 출가 승단에 정립된 위생 규칙을 잘 지키도록 사람들을 제도한 게 아닐까 싶다.

◇한 인간의 운명이 가져온 비극

그리스 극작가 소포클레스(BC 496·495년~ BC 406년)가 쓴 비극 <오이디푸스 왕>은 전염병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의 연극 대본이라고 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 테베(그리스어로는 테바이)의 왕이다. 테베의 왕자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예언에 따라 산 속에 버려졌다. 하지만, 예언은 그대로 실현되고 만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용어가 이 작품에서 비롯한다.

전염병 이야기는 연극의 첫 장면에서 나온다. 왕이 된 오이디푸스가 등장하고 곧 제사장이 나와 왕국에 만연한 전염병을 물리쳐 달라고 간청한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물결이 테베 전역을 감돌고 있습니다. 말라 죽은 싹은 열매를 맺지 못하며, 들판에선 가축들이 수없이 죽어갑니다. 여인들의 몸에서는 죽은 아이가 태어날 뿐이며, 무서운 병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습니다. 카드모스 가문의 씨는 말라 버리고, 지옥은 통곡의 소리로 가득합니다."

오이디푸스는 아폴로 신전에서 신탁을 받아오게 하는데, 전염병의 원인이 누군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원인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을 한 오이디푸스 자신이었다.

<참고 문헌>

△개역개정 성경 <사무엘 하>편

△'부처님과 전염병' 법보신문 2월 21일 자 이재형 칼럼

△<오이디푸스 왕>(민음사, 강대진 역,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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