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는 여성으로 인정 않는 그들
약자 배제·억압하는 가부장제 방식 답습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여성'과 '성평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매우 본질적인 이 화두를 꺼내는 이유는 지난달 숙명여대 법학과에 합격했으나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반대로 결국 입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 때문이다.

숙명여대 학생들이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다소 의아했다. 또한 일부 학생들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일부에 그치지 않았다. 숙명여대를 포함해 서울 지역 6개 여대의 21개 단체는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것이 여성들의 안전한 공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트랜스 배제적 래디컬 페미니스트(Trans Exclusive Radical Feminist), 일명 '터프(TERF)'라고 부른다. '터프'는 2015년 '메갈리아'와 '워마드', 2018년 혜화역 시위를 주도한 '불편한 용기'를 거치면서 1020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확산하였다. 이들은 오로지 생물학적 여성만을 여성으로 인정하며 성전환수술을 통한 여성은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트랜스젠더가 지금까지 사회문화적 권력을 누려왔고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의 공간과 기회마저 빼앗고 위협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불법 촬영물에 대한 노출 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여성들이 느끼는 폭력에 대한 불안감,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한편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터프'가 보여주는 이러한 인식까지 공감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터프'의 인식에는 수많은 모순과 왜곡이 있다. 일단, 트랜스젠더가 여성의 공간과 기회를 뺏는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트랜스젠더가 과연 사회문화적 권력을 누렸을까? 그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남성도 아닌 여성도 아닌 존재로, 우리 사회에서 늘 배제되어 살았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가 겪을 억압과 차별은 여성이 경험하는 억압과 차별의 기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여성만이 차별받는다, 여성만이 약자'라는 인식은 편협해도 너무 편협하다. 무엇보다 권리는, 성평등은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더불어 '터프'는 페미니즘이 비판했던 명확한 경계, 그 경계를 통한 배제의 원리를 답습하고 있다. 페미니즘은 젠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중심과 주변의 이분화를 통해 주변을 배제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기도 하다. 남성 중심사회에서 배제되는 여성의 문제, 이성애 중심사회에서 배제되는 동성애 문제, 비장애 중심사회에서 배제되는 장애의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페미니즘은 소수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고 연대해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영 페미니스트들의 등장, 다양한 페미니즘의 등장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다양하게 제기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여성만의 권리를 지키는 것, 여성의 몫을 뺏기지 않으려는 것이 목적이 된다면 그러한 주장과 운동은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다. '터프'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을 배제해 온 방식과 똑같이 트랜스젠더를 배제하고 차별하고 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하면서 동시에 '차별주의자'가 되는 '터프'의 모습은 지극히 모순적이다.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지금의 영 페미니스트들 반성과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하면 꼰대일까?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배제에 대한 문제 제기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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