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 장 스누오 씨
수속·격리공간 마련 난관에
재료연·이주민센터 '도움'
식사 챙겨주고 방역 꼼꼼히

태어나 처음으로 밟은 한국땅.

그러나 설레는 유학생활은 2주간의 자가격리로 시작됐다. 중국 광둥성 메이저우시 출신 유학생 장 스누오(26) 씨 이야기다. 그는 지난 10일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6층 쉼터에서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쳤다.

11일 오전 11시 이주민센터에서 장 씨를 만났다.

"입국 전후로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따뜻한 인정에 감사드려요." 장 씨는 곤란한 상황에서 손을 내밀어준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박사과정 입학 예정자다. 이번 학기부터 창원 재료연구소(KIMS) 캠퍼스에서 연구와 학업을 병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입학 수속을 하려면 성적표 등 서류를 떼야 하는데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중국 공증부서가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들어가기로 돼 있는 재료연구소 윤희숙 박사 연구팀에서 백방으로 손을 써 입학 수속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친 중국인 유학생 장 스누오 씨가 11일 경남이주민노동센터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웃어 보이고 있다. /이창우 기자
▲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친 중국인 유학생 장 스누오 씨가 11일 경남이주민노동센터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웃어 보이고 있다. /이창우 기자

하지만 난관은 이어졌다. 중국 입국자라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적당한 장소가 없었다. 재료연구소는 연구기관이라 유학생만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기숙사가 없었다. 재료연구소 측은 격리장소를 물색하다 경남이주민센터에 연락을 했다. 자가격리할 곳이 없어 거리로 내몰렸던 중국인 노동자가 센터의 도움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를 본 것이다.

센터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집을 구하기도, 숙박시설을 이용하기도 어려운 장 씨의 사정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최근 자가격리가 필요한 이주민들에게만 쉼터를 개방하고 있던 참이었다. 26일 인천공항에 입국해 공항에서 하룻밤을 새운 장 씨는 27일 이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이날부터 14일간 자가격리생활이 시작됐다.

장 씨는 "이철승 소장님은 쉼터가 춥진 않은지 계속 확인하고, 중국 차도 끓여 주시는 등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고 전했다. 또 "센터 활동가분들은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삼시 세끼 근처 음식점에서 식사를 시켜 줬다. 매일 한 번씩 체온을 재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격리 기간 재료연구소와 이주민센터가 마스크, 손 세정제 등 방역물품도 부족하지 않게 지원해주었다.

장 씨는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라 격리기간이 외롭지는 않았다고 했다. 매일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며 걱정을 덜어드렸고, 앞으로 들어갈 연구소 공부도 많이 했다.

격리에서 벗어난 소감을 묻자 "중국에서 '삼겹살'을 처음 접하고 너무 맛있었는데 본고장의 맛을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일각에서 나타나는 중국인 혐오 분위기에 대해서는 "웨이보(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국 소식이 핫이슈로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알고는 있었다"며 "성인이라면 국적이나 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동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도 한국인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나를 환대해준 한국 대학과 이주민센터 사람들처럼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씨는 12일부터 재료연구소에 출근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그는 "4년 안에 박사논문을 쓰고 졸업할 계획이다"라며 "어디서 일하게 되든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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