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숫자와 씨름한다. 종이 신문에 실린 기사 속 의미 있는 숫자를 찾아 짧은 설명을 더해 인포그래픽으로 재가공하는 작업으로 아침을 맞는다. 가령 10일 자 지면에서 찾은 숫자는 '400'. 여기에 '김원종 경남헌혈봉사회 회장이 달성한 개인 헌혈 횟수'라는 설명을 붙여 콘텐츠를 완성한다. '오늘 숫자는'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이는 온라인 콘텐츠다. 인포그래픽을 구성하는 요소는 단조롭다. 정사각형 테두리 안에 오늘 고른 숫자를 큼직하게 배치한다. 설명은 되도록 짧게 압축한다.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어울리는 색상을 선택해 매일 조합을 달리한다. 간결한 배치와 구성은 숫자와 설명을 강조한다는 계산에서다.

뉴미디어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오늘 숫자는' 콘텐츠 제작을 먼저 제안했다. 기사를 읽고 싶지만 여건상 모두 챙겨보기 어렵다는 수용자를 목표로 고안했다. 숫자만 보아도 그만, 여유가 있으면 관련기사까지 읽을 수 있도록 링크도 첨부한다. 생산자인 기자 처지에서도 기사가 한 번 더 읽히기를 바란다. 전달하는 방식을 달리하면 읽히기를 바라는 욕구도 충족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게 숫자와의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아직 '오늘 숫자는' 콘텐츠는 틀을 갖춰가는 단계다. 수용자 반응이 매번 뜨겁진 않다. 관련기사로 관심이 이어지는 정도도 들쑥날쑥하다. 때로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통계의 함정과 같은 오류에 빠진 숫자를 선별하는 작업도 꽤 까다롭다. 숫자 행간에 숨은 의미를 독자가 쉽게 읽어낼 수 있도록 여러번 수정을 거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눈이 빠져라 숨은 숫자를 찾는 과정이 즐겁다. 내가 고른 숫자로 누군가 풍요로운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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