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키운 친환경 작물 폐기처분 고민 "밭 싹 갈아엎어야 할 판"

"코로나19로 개학이 밀리면서 급식으로 공급할 농산물이 갈 곳을 잃었다. 친환경으로 애써 키웠는데 수확도 못 하고 밭을 갈아엎어야 할 지경이다."

김해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김영수(65) 씨의 밭에는 겨우내 키운 청경채, 부추가 뿌리째 뽑힌 채 수북이 쌓여 있다. 케일, 근대, 아욱, 쑥갓, 상추 등 나머지 채소도 곧 폐기할 예정이다.

이들 작물은 웃자라거나 억세져 상품성을 잃었다. 학교 개학이 늦춰지면서 급식으로 공급하던 농산물을 제때 수확해 팔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도내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 연기가 장기화되면서 학교급식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청경채·양상추·미나리·쑥갓 등 신선 채소를 공급하는 친환경 농가는 수확도 못 하고 폐기처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경남친환경연합사업단에 따르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도내 5000여 농가 가운데 계약재배 형태로 공공급식에 납품하고 있는 농가는 800여 곳이다. 이들 농가가 3월 출하 예정이던 품목은 84개다.

지역 학교로 공급하는 농산물은 연간 1400t으로, 금액으로 72억 원에 달한다. 단순하게 통상 방학기간 3개월을 빼고 계산하면, 이달 납품 예정 규모는 150t가량으로, 금액은 8억 원 수준이다.

▲ 김해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김영수 씨는 학교 개학 연기로 판로가 막히면서 납품 예정이던 청경채를 폐기했다. 케일, 근대, 아욱, 쑥갓, 상추 등 나머지 채소도 곧 폐기할 예정이다. /문정민 기자
▲ 김해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김영수 씨는 학교 개학 연기로 판로가 막히면서 납품 예정이던 청경채를 폐기했다. 케일, 근대, 아욱, 쑥갓, 상추 등 나머지 채소도 곧 폐기할 예정이다. /문정민 기자

하지만, 개학일이 애초 9일에서 2주일 더 연장되면서 한 달 가까이 판로가 막혔다. 그에 따른 손실은 농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판이다.

특히 시금치, 냉이, 상추, 대파 등 저장성이 길지 않은 신선 채소 농가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수확을 마냥 미룰 수 없을뿐더러 장기 보관이 어려워 대량 폐기해야 할 처지다.

그나마 일정 기간 보관이 가능한 작물일지라도 저장비용이 만만치 않아 손실이 적지 않다.

학교로 공급하던 농산물을 도매시장에 내놓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일반 농산물보다 상대적으로 시장 가격이 높지만 출하물량이 몰리면서 제값을 받기 어렵다. 생산비는커녕 수확 품삯도 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창원 대산면에서 피망, 가지, 대파 등 작물을 재배하는 김모(68) 씨는 "친환경 농산물 수확량의 60%가량을 학교로 납품하고 있다. 가장 큰 소비처인 학교의 휴업이 길어지면서 판로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며 "친환경 농산물을 일반 청과시장으로 보내면 헐값에 팔아야 한다. 차라리 밭을 갈아엎고자 하는 농민들이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농산물 장터도 따로 열 수 없는 상황이다. 학교급식 말고 마땅한 판로가 없는 친환경 농가들은 자칫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친환경 농가들을 위해 소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남친환경연합사업단 김형석 대표는 "농민들은 농산물 판매가 없는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보릿고개'를 버틴다. 3월 말 4월 초 자금이 안 들어오면 경영난이 올 수도 있다. 이번 사태가 가 장기화되면 파급 문제들이 생길 수도 있다"며 "학교 휴업에 따른 친환경 농산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다양한 판로확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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