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머니 따라간 후
빠져나오려 하자 가족 간 불화
"비슷한 처지 놓인 사람 많아"

"실은 부모님이 신천지 교인이시거든요."

코로나19 집단감염 진원지로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가 사회적 비난 대상에 오른 지금, 26살 권 모 씨는 쉽지 않은 고백을 했다.

권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신천지 마산교회에 나갔다. "일반 교회에 다니던 엄마가 신천지로 옮기면서 같이 가게 됐어요. 처음엔 이단인 줄 몰랐어요. 근데 '우리는 세상이랑 다르다, 말씀에도 차이가 있고, 하나님과 예수님이 함께하는 이긴 자인 총회장 이만희 씨가 있는 곳이다' 이런 이야기를 점점 하는 거예요. 중학교 1학년 때 마산교회가 합성동 폐극장에서 산호동으로 옮겼는데, 확장 이전을 하니까 이만희 총회장이 와서 축하예배 같은 걸 했어요. 맨 마지막에 신천지가라고 애국가처럼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군대처럼 전부 일어나서 아멘을 구호처럼 외치고…."

이런 모습을 본 뒤로 권 씨는 교회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신앙심이 깊은 어머니와 갈등이 커졌다. 권 씨 어머니는 2~3년 전 마산교회에서 "꽤 높은 직책"이라는 부녀회장을 맡았다고 한다.

"신천지에는 신도 이름이 적힌 생명책이 있는데, 교회 출석을 몇 번 빠뜨리면 여기에서 제명이 되거든요. 비슷한 시기 교회에 다닌 친구들이 몇 번 결석하고 제명됐어요. 저는 4개월을 안 나간 적이 있는데, 엄마가 소위 끗발 있는 부녀회장이라서 제명이 안 된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제명을 바라고 있고요."

교회 문제로 일상이 깨지거나 가족끼리 서로 배려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투는 일이 잦았다. 권 씨는 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상담 치료를 받기도 했다.

"엄마랑 계속 부딪혀서 보증금을 대출받아 자취를 했는데, 집까지 찾아오거나 한 번은 울면서 전화가 와서 교회에 나오라고 한 적도 있어요. 저는 진이 빠져서 다시 교회를 나가기도 했고요. 부모님은 생명책에서 제 이름이 지워지면 자식이 지옥을 간다고 생각하니까 극단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듯해요."

권 씨는 신천지 교회가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이유를 출석 인증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대구교회까지 가서 예배를 드렸다면, 생명책에서 안 지워지려고 무조건 출석 인증을 했다고 봐요. 요즘엔 QR코드로도 하는데, 그게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창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권 씨는 수요일과 일요일마다 그 지역 신천지 교회에 가서 출석 인증을 해야 했다. "신천지 교인 가운데 저랑 비슷한 처지인 사람이 많아요. 가족이 엮여 있어서 불화를 겪거나 교회에서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경우도 정말 많고요. 종교의 자유라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헌법에 명시돼 있고 존중해야 하는 가치이지만, 독선적으로 나가면 다른 사람의 자유까지 해칠 수 있고 폭력이 되니까요."

권 씨는 여태까지 가족과 싸움을 끌어온 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고, 더는 숨기고 싶지 않았다.

"양가감정(모순감정)이 들어요. 사람들은 신천지 교회를 비판적으로 보지만, 저는 거기에 다니는 교인들도 피해자라고 보거든요. 다른 사람들한테 종교를 강요하는 가해자이지만, 자신도 세뇌를 당한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이고요. 신천지 교인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거나, 혐오의 대상이 되거나, 직장 등에서 불이익 당하거나 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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