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겐 힘겹기만한 마스크 구입 경쟁
그래놓고 늙고 보수적이니 떠들지 말라?

지난주 몇 번 우체국·농협하나로마트에 입마개를 사러 갔다. 하지만 모두 헛걸음쳤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다섯 장을 먼저 사려고 두세 시간씩 먼저 와서 줄을 서 있던 사람들 가운데서 겨우 40~50명씩에만 돌아갔다. 나머지 100여 명은 별소리 다 지껄이면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를 벌써 여러 날째다. 그런데 그 속에서 희한한 모습을 보게 된다.

요즘 중·고등학교 문을 닫아서인지 입마개 사려는 행렬의 앞에는 항상 그 아이들이 차지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날마다 그 자리에 보인다.

내가 물어봤다. 뒤에 있는 나이 든 어른들도 좀 구할 수 있도록 하루쯤 안 나올 수 없느냐고.

그 아이들 대답은 시큰둥하다. 저희도 좋아서 이 짓 하는 게 아니란다. 부모님, 출근하는 형제들, 이런저런 친인척들 심부름을 거절할 수 없단다.

나이 많이 든 어른들은 두세 시간 서서 기다리지 못해 앉아 있다가 결국엔 순서를 빼앗기기가 쉬운데, 그 누구도 그분들의 차례를 지켜주어야 한다고 대변하는 사람은 없다. 세상 참 무섭고, 슬프고, 더럽고, 원망스럽다. 늙는 것이 무섭고, 늙어 힘 빠져 제 차례 하나 온전하게 지킬 수 없는 신세가 슬프다.

그래, 너희는 젊고 내일이 길게 이어질 것이며 오만가지 일 다 해볼 수 있겠지. 하지만 늙으면 그런 시간 공간이 다 허망하여, 사는 것이 거지 같아서 더럽다. 거지 같다고 말했으니 또 귀신 상자로 문자 폭탄 퍼붓겠지. 하지만 나는 형편상 그런 물건을 가지지도 못하고 쓸 줄도 모르니, 이걸 어쩐다?

선거철에 내 가치 없는 한 표를 찍어 준 것이 원망스럽다.

어째서 한쪽 날개로 새가 날아갈 수 있는가? 그런데 날아갈 수 있다고 우긴다. 우기는 것이야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상대와 관계하는 것이어서 그걸 우기면 모두가 위험해진다.

위험을 즐긴다고? 즐기는 것이야 제 맘이지만 즐기는 상대가 국민이라면 그것은 큰 과오다.

입 닫으라고? 늙고, 보수적이니까 아가리 닥치라고? 입마개가 있어야 입을 닫아도 닫을 게 아닌가? 입마개를 안 쓰고 떠들면 남이 상하니까. 정녕 입을 막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입마개를 안 쓰고 떠든다며 무슨 법 몇 조에 근거하여 잡아넣으려는 속셈인가?

천 보 만 보 물러서서 걱정 안 하고 쓸 수 있을 만한 입마개도 넉넉하게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단 말인가?

그리고,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은 그 입마개를 어디서, 얼마 주고 그리 넉넉하게 사서 쓸까? 모든 국민이 다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어야만 입마개 걱정 안 할 수 있을까?

이런 꼴이 계속되면 필시 무슨 탈이 나고 말 것 같다. 오늘부터 '입마개 구매 5부제' '어린이·노인 대리 구매제'를 시행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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