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 등 SNS·유튜브 활용
국립중앙박물관·부여박물관 VR 눈길
지역서점·동네책방 온라인 판매 강화
공연계 무관중 온라인 중계로 돌파구

3월은 문화의 계절이다. 겨우내 땅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새싹이 단단한 흙을 치받고 일어서듯, 1~2월 가열차게 준비한 문화예술 행사가 '짜잔' 하고 관람객들을 맞을 시기이다. 그런데 코로나19라니.

경남도립미술관이 야심 차게 준비한 올해 첫 전시 둘은 빛을 본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미술관이 휴관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 클래식 음악 축제인 2020통영국제음악제 취소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 마시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 하진 못하겠지만, 집에서 안전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방법이 있다. 준비물은 휴대전화, 노트북 등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기기, 여유로운 마음만 있으면 된다.

◇SNS·유튜브·VR 활용 = '2018미술시장 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영향력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 '온라인 전시'는 왠지 낯설다. '미술품이라 함은 자고로 전시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휴관에 들어간 전국 미술관·박물관들이 자구책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남도립미술관은 SNS를 활용해 지난달 20일 개막한 전시 '새로운 시(詩)의 시대'를 소개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미술관 SNS에서는 작가별 작품 사진과 함께 전시 설명을 볼 수 있다.

'새로운 시(詩)의 시대'는 3·15의거 60주년을 맞아 준비한 전시로 강태훈, 박찬경, 서용선, 이서재, 정윤선, 최수환, 홍순명 등 작가 7명이 참여했다. 미술관 측은 "정성들여 준비한 전시를 관람객들이 직접 찾아와 관람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유튜브를 통해 주요 전시를 큐레이터 해설로 소개하는 '학예사 전시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개 전시와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전 '광장(The Square) 1, 2부', '덕수궁-서울 야외프로젝트: 기억된 미래' 등 3개 전시를 동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전시 '광장'은 BTS 멤버 RM이 관람했다고 알려지면서, 관련 동영상마다 1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유튜브 영상을 강화하고 있다. 박물관 콘텐츠 중 '미라 언박싱-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실 전시과정 브이로그'는 이미 입소문을 타 인기를 얻고 있다. 박물관 측은 기존 유튜브 영상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국립부여박물관은 휴관 기간 '다시 보고 싶은 특별전' VR(가상현실) 서비스를 마련했다. 홈페이지에서 VR 서비스로 볼 수 있는 전시는 '치미, 하늘의 소리를 듣다(2018)'와 '사신이 호위하사, 백제 능산리 1호 동하총(2019)' 두 가지다.

VR 서비스는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전시인 '가야본성-칼(劒)과 현(絃)'과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2019)' 등 7개 전시를 볼 수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VR 서비스.  /캡처
▲ 국립중앙박물관 VR 서비스. /캡처

◇온라인 책 판매 강화 = 지역 서점과 동네책방은 온라인 주문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SNS로 하는 책 소개도 평소보다 열심이다.

"코로나 이후로 책 한 권도 못 파는 날들이 계속 될까 걱정했는데 아직까지 책은 팔리고 있습니다."

창원 주책방 주선경 대표는 손님이 부쩍 줄어든 요즘에도 매일 책방으로 출근한다. 코로나 사태로 음료 판매도 중지하고, 독서 공간도 폐쇄했다. 차라리 영업시간을 줄이면서도 끝내 책방 문은 닫지 않고 있다. 최근에 시작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로 책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은 없어도 책을 온라인에 등록하느라 매일 바쁘다. 필요한 책이 있으면 책방에 없더라도 거래처에 연락해 재고가 있으면 택배로 보내준다.

"힘내려고 으쌰으쌰했지만 며칠째 매출 0원인 책방을 지키고 있자니 너무너무 슬픈 기분이네요. 조금 있던 손님도 다 뺏어간 코로나 미워요."

통영 삐삐책방 박정하 대표는 불안하면서도 책방 문을 계속 열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있던 손님도 영 발길이 뜸한 요즘이다. 그렇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부지런을 떨고 있다. 요즘에는 평소보다 더 자주 책 소개를 올린다. 코로나 사태로 책방을 찾기 어려운 이들이 택배로 주문을 하기 좋도록 입고한 지 좀 지난 책이라도 열심히 읽고 후기를 적는다.

"한유주 소설집 <연대기>를 조금 읽었어요. 건조한 문장 사이에 비집고 들어오는 축축한 기억들이 아릿하게 느껴졌습니다. 말린 생강을 씹는 느낌? 문장에서 또 문장이 생겨나는 구조는 한유주 작가만의 색깔이 드러나게 하네요. 문장을 따라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빠져들게 됩니다."

주책방처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책을 파는 동네책방이 더러 있다. 또 삐삐책방처럼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주문을 받기도 한다. 지금도 굳건히 영업을 하는 곳도 많지만, 임시 휴업 중인 책방이라도 온라인 판매는 계속할 수 있으니 인터넷 검색으로 단골 책방을 찾아보면 좋겠다. 대부분 5만 원 이상 주문하면 배송료를 받지 않는다.

지역 중소형 서점도 위기인 건 마찬가지다. 규모가 있어 함부로 문을 닫을 수는 없기에 다들 고민이 많을 테다. 진주를 대표하는 진주문고는 여러 고민 끝에 택배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진주 시내 지역에서 책을 주문하면 한 권이라도 무료로 직접 배송해 준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 6시까지 보내준다니 거의 당일 배송이다. 진주 외 지역은 택배 주문을 받는데, 3만 원 이상 주문하면 배송료가 없다. 주문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진주문고나 여서재(010-8929-8322)로 하면 된다.

▲ 무료 택배서비스 강화한 진주문고.  /진주문고
▲ 무료 택배서비스 강화한 진주문고. /진주문고

◇무관중 공연 중계 = 공연계도 무관중 온라인 중계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으며 관객과의 호흡을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대구시는 시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예술가에게는 생업을 지원하기 위해 온라인 문화행사를 잇달아 연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지난 2일부터 오는 13일까지 낮 12시 30분 온라인 라이브 공연 'DAC on Live'를 선보인다. 시민들은 대구지역 예술가 공연을 대구문화예술회관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다.

경기문화의전당은 이달 공연 일부를 '무관중 공연'으로 연다. 오는 12일 오후 4시 경기도립극단의 연극 <브라보 엄사장>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경기문화의전당 측은 유튜브 라이브 공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자 카메라 6대와 지미집 장비를 동원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창작공연 지원사업 '창작산실' 선정작을 네이버TV로 선보인다. 네이버TV에 접속해 '공연'이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공연 채널을 볼 수 있으며 대표적인 채널로 '네이버 공연', '안방1열에서 즐기는 공연' 등이 있다.

경남지역도 온라인으로 관객과 만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경남청년문화창업협동조합과 공연예술BOX더플레이(이하 더플레이)는 유튜브 채널을 활성화한다.

박진용 더플레이 예술감독은 "코로나19로 예정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지만 배우팀과 제작팀이 마냥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어 유튜브 채널에 공연이나 티저영상을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이름은 '직스TV'다. '직스(GYCS)'는 경남청년문화창업협동조합의 영어 머리글자다. 최근 올린 영상은 10분짜리 단편영화 <캔디>로 배우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단편영화다. 이 밖에도 창작 뮤지컬 <의기>와 <레이니맨> 홍보 영상 등이 있다.

박 예술감독은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의 유명 장면 일부를 뮤지컬화해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며 "영상 촬영이나 편집이 쉽지는 않지만 관객과 꾸준히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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