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꺼진 덕분에 마적단 피해 '전화위복'
긴 호흡으로 더 나은 미래 고민해야할 때

유대교 스승인 랍비 '아키바'가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는 나귀와 개와 등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길가 헛간에 들어 잠들기 전 경전을 읽고 있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등불이 꺼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잠을 청했습니다. 랍비가 자는 동안 여우가 나타나서는 개를 물어가 버리고 이어서 사자가 나타나 나귀마저 물어 가 버렸습니다.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깬 랍비는 개와 나귀를 잃은 것을 알고 매우 실망하였습니다. 낙심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걸어서 가까운 마을에 다다랐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어젯밤, 마적단이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곡식과 귀중품을 빼앗아 갔던 것입니다. 만약 어젯밤에 등불이 꺼지지 않았든지, 개가 짖어 대거나 나귀가 놀라서 울어댔다면 랍비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귀와 개를 잃어버린 것은 큰 손실이지만 사람 목숨에 비하겠습니까? 랍비는 깨달았습니다. 얼핏 보기에 자신 앞에 닥친 고난과 손실이 매우 커 보이지만, 긴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옹지마' '전화위복'과 같은 맥락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사회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환난이 닥치면 그 원인을 생각하면서도 원망할 어떤 '희생양'을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칫 이성과 합리적이지 않은 '마녀사냥식' 몰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편향된 마녀사냥은 분명 없어져야 합니다. 중세 유럽에서 비롯된 마녀사냥은 대부분 죄 없는 이들이 편견이나 두려움, 정치적 의도에 희생당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신천지'라는 사이비 사기 집단을 원망하고 맹공격합니다. 반대로 이에 맞서 신천지는 자신들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무 죄 없는 신천지를 우리 사회가 마녀사냥 하듯이 공격하고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것은 마녀사냥이 아니라 코로나19의 국내 전파 경로를 찾고 그 책임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합리적인 바람입니다.

신천지는 마녀사냥이라는 '피해자 코스프레' 뒤에 숨어서는 안 됩니다. 사이비 사기 짓으로 현혹한 사람들을 풀어주고, 갈취한 돈을 돌려줄 뿐 아니라 피해에 대해 보상까지 해주어야 합니다.

지금도 자식과 가족을 신천지 사기 집단에 빼앗기고 울부짓는 어머니들의 통곡 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손 놓고 있는 검찰은 신천지에서 뭐라도 혜택을 보았단 말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저 억울한 어머니들의 절규에 답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많습니다. 이것을 하나하나 풀어 가다 보면 더 나은 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기며 정부 욕만 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긍정적 역할을 할지 고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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