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전화 영업 일상
재택근무·업무시간 조정
맞벌이 부부 돌봄휴가도

창원에 사는 직장인 ㄱ 씨는 코로나19로 180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 중이다.

이른 오전 출근을 준비하며 마스크부터 서둘러 챙긴다. 어제 꼈던 마스크를 다시 한번 써야 하냐는 고민이 시작된다.

'마스크 재사용'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집에 여분이 몇 장 되지 않아 재사용을 결심했다.

"그래 어젠 외근 없이 사무실에서만 근무했으니 하루만 더 쓰자"며 어제 썼던 마스크를 한 번 더 얼굴에 밀착한다.

평소 30분 걸리던 출근길이 요즘은 한산해졌다. 감염 우려에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고, 일부 회사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한 까닭이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자 직원들이 점심 메뉴를 놓고 고민이 한창이다. 직원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인근 식당을 이용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낮 12시까지 2시간이나 남았지만, 메뉴를 고르고 미리 주문을 해야 한다. 오전 11시 30분이 넘어 주문하면 점심시간 내에 배달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된 '학습효과' 덕분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시선은 TV 화면을 주시한다. 매일 오후 2시 이뤄지는 질병관리본부의 언론 브리핑을 보기 위해서다. 어김없이 노란 민방위복을 입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초췌해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SNS에 '#힘내요_질병관리본부'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한다.

ㄱ 씨가 사는 지역에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업무를 다시 시작한다. 애초 ㄱ 씨는 관내 산업체를 방문하는 영업이 주된 업무지만, 현장에 나가본 게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혹시 나갔다가 해당 기업체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큰일 나니 전화로 체크만 하라"는 상사의 지시에 외근 없이 사무실에서만 지낸다.

업무차 회사를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지만, 이마저도 연기했다. 외부인 사무실 출입을 막다 보니 응대할 곳이 마땅치 않고, 혹시 오더라도 주위 눈총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서다.

자신이 담당하는 산업체에 전화를 걸어보니 이번 주부터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모두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라고 했다.

ㄱ 씨 회사에서도 재택근무나 돌봄 휴가를 안내하는 공문이 내려왔지만, 선뜻 신청하기가 망설여진다. 초등학교 아이 하나, 유치원생 아이 하나가 있는데 애들을 보면서 일을 병행할 자신이 없다.

오후쯤 아내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아내가 아파트 인근 약국을 돌며 성인용 마스크를 몇 장 구했다는 것이다.

ㄱ 씨는 지난 주말 공영쇼핑을 통해 마스크 판매 방송을 보고 회원 가입하고 아내와 집 전화 등 3대를 이용해 전화 구매를 시도했지만 결국 한 번도 연결하지 못했다.

평소 주 2~3회 정도로 술자리가 잦았던 그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집에서 '혼술'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는 배달어플을 통해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다. 요청사항에는 '벨만 누르고 손잡이에 걸어두고 가세요'라고 적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벌써 일주일째 집 밖 출입을 못하다 보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닌 듯싶다. 아이들과 함께 놀려고 신혼 때 사둔 닌텐도 게임기를 꺼내 들었다. 한바탕 놀다 보니 이것도 지겨워져 새로운 게임을 요구한다.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니 '#아무놀이챌린지' 해시태그 놀이가 눈에 들어온다. 집에 아이와 갇혀 지내는 엄마들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영상들이 가득하다. 달걀 한 판을 사서 나무망치로 애들에게 깨라고 시켰다는 어느 엄마의 글을 보면서 괜히 마음이 짠해진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제법 재밌겠다는 생각이 언뜻 지나간다.

'코로나에 빼앗긴 일상에도 봄은 오겠지.' ㄱ 씨의 고달팠던 하루가 저물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