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천사 소장 경남도 유형문화재…당나라 선승 혜능 설법 담아

사천 백천사에 있는 고려 후기 선종 경전 <육조대사 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壇經)>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현재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61호로 지정된 불교경전이다. 보물로 지정 예고되면 30일간 의견 수렴을 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확정된다.

<육조대사 법보단경>은 보통 <육조단경>으로 잘 알려졌다. 육조대사는 당나라 선승(禪僧)으로 중국 선종(禪宗) 6대조 혜능(638∼713)을 말한다. 육조단경은 혜능의 행적과 어록이 담긴 자서전적 일대기라고 할 수 있다.

가난한 나무꾼으로 글도 읽을 줄 몰랐던 혜능이 어느 날 금강경 구절을 듣고 출가를 결심한 일, 선종 5대조 홍인대사(594∼674) 밑에서 부엌 잡일을 하다가 쟁쟁한 제자들 대신 법맥을 상징하는 발우와 가사를 전해 받고 6대조가 된 일, 그를 시기한 홍인의 제자를 피해 중국 남부로 도망쳐 10여 년간 숨어 살다 '움직이는 것은 깃발도 바람도 아닌 당신들의 마음'이라는 깃발 논쟁으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일 등의 일화를 통해 '불립문자 교외별전'이란 선종의 핵심 사상을 잘 보여준다.

▲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된 사천 백천사 <육조대사 법보단경>. /문화재청
▲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된 사천 백천사 <육조대사 법보단경>. /문화재청

이후 중국 선종은 홍인의 법을 전해 받은 혜능 중심의 남종선과 홍인의 수제자 신수 중심의 북종선으로 나뉜다. 결국, 북종선은 쇠퇴했고 남종선은 번창했다. 한국 선종도 남종선의 법맥을 잇고 있다. 혜능은 조계대사로 불렸고, 그가 주석한 곳도 조계산이었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종파가 조계종인 걸 보면 그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지 알 수 있다.

육조단경은 쉽게 말해 혜능의 설법을 정리한 것이다. 1290년 원나라 선승 몽산덕이(蒙山德異)가 편찬했다. 이 책은 곧 능가경, 금강경에 이은 선종의 핵심 경전이 된다. 부처 어록만 경(經)이라는 전통에서 예외적으로 경의 위치에 오른다. 그만큼 선종의 핵심이 담겼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 책이 들어온 게 고려 혜감국사 만항(1249~1319)에 의해서다. 그리고 1300년 강화도 선원사에서 육조단경을 간행한다. 중요한 경전이기에 이후 조선 시대까지 꾸준히 간행이 이뤄졌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사천 백천사 육조단경은 기록상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되고 보존 상태가 좋다. 1300년에 간행된 기록이 정확히 남아있다. 문화재청은 "불교학 연구는 물론, 고려 시대 말기 목판 인쇄문화를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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