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농지 활용한 편법적인 발전사업
반대 고성군 - 추진 주민 갈등 해법은?

지난달 20일 고성군청 회의실에 30여 명의 주민과 공무원이 마주앉았다. 백두현 군수가 주재한 이날 간담회는 거류면 간사지 일대에 들어서려는 태양광 발전시설과 관련해 행정과 주민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요지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어 소득을 창출하려는데 군계획조례를 개정해 시설이 들어설 수 없어 막대한 피해를 보게 생겼다며 조례 적용의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일견 주민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였다. 한창 사업이 진행돼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데 도로와 이격거리나 주택밀집지역으로부터 거리 등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례가 개정됨으로써 사업에 제동이 걸린다면 주민들로선 분통터질 일이다. 문제는 들어서는 건물이 어떤 용도로 지어지느냐였다. 애초 주민 30여 명은 가려리·거산리 일대 우량농지에 굼벵이 사육장을 짓겠다며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용이 달랐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자 일종의 편법으로 굼벵이 사육장 허가를 내세운 것이었다. 정리하자면, 우량농지에 굼벵이 사육시설을 짓겠다며 동식물 관련시설 건축허가를 받고, 이어 사육시설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발전사업 허가를 받는 방식이었다. 이날 주민들도 이런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이런 방식의 발전사업을 구상한 데는 지난 2018년 5월 농지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농업진흥구역 안에 농어촌 발전에 필요한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축물 지붕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작용했다. 그러나 군은 경지정리가 잘 된 농지에 발전업자 주도로 대거 동식물 관련시설 건축허가를 신청하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군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조례를 개정해 도로와 이격거리를 애초 100m 이내에서 200∼500m 이내로 강화했고, 주민들은 반발했다. 여기에다 군은 농업진흥구역에 건물을 지어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농업인들의 부가적인 소득원과 농어촌 발전을 위한 시설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다.

주민들은 조례를 개정하면서 자신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줬더라도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은 굼벵이 사육시설로 허가신청한 주민에게 행정이 지레짐작으로 향후 태양광 발전시설을 할 것인지 물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 신청도 하지 않았고, 이와 무관하게 조례를 개정했는데 주민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는 것이었다.

군은 한 차례 더 간담회를 열기로 했지만 이들 요구대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소수의 돈벌이 수단으로 우량농지가 훼손된다면 특혜 논란이 일 소지도 있다. 고성군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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