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주요 대기업 구조조정 칼바람
고통 분담 등으로 위기 극복했으면

"사무실에 웃음소리가 끊어진 지 오래됐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동료가 짐을 싸는 걸 보면서 웃고 떠들 수 없지 않겠습니까?"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한 대기업에 다니는 ㄱ 과장은 최근 사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해 조직의 체질 개선을 단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도내 산업계에 대규모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 규모나 업종 등을 가리지 않는다. 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은 기업들이 연초부터 본격적인 긴축 경영에 돌입하면서 도내에서도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효성중공업·현대로템 등 주요 대기업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발전시장의 침체로 6년 연속 단기순손실을 본 두산중공업이 지난달 20일부터 만 45세 이상 기술·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효성중공업도 중공업 부문 전력기계 사업에서 차·부장급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현대로템도 이미 비(非)수익 사업부문 직원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단행 중이며 향후 일부사업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구체적인 인원까지 정해놓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2차, 3차 희망퇴직을 받을 태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최근 '착한 임대료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경남에서도 마산어시장, 창원 시티세븐몰, 통영 영일빌딩, 사천 삼천포종합상가, 양산 범어리 상가 등 많은 건물주와 임대인이 소상공인을 응원하고자 임대료 인하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착한 임대료 운동의 핵심은 고통분담이다. 내가 조금 불편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이 같은 상생 문화가 이어졌으면 한다. 일부 기업은 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닌 사무직 직원만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신청을 받다 보니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갈등 골만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구조조정 연령이 낮아지면서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까지 대상자가 돼 회사를 떠나고 있다"면서 "경기가 좋을 때는 협력업체 등으로 곧바로 취직이 됐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어서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고도 버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동료를 떠나보내는 구조조정 대신 전 임직원의 급여를 줄이는 고통 분담을 제안해보면 어떨까? 노사가 합의만 한다면 성과급 반납, 임금 동결 등 뼈를 깎는 체질개선으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 구조조정 대상자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고, 언젠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기업들도 코로나19를 이겨내는 국민을 바라보며 험난한 시기를 극복해내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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