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1당 지키고자 동참 고심
각 정당 선출후보 파견 형식
심상정 "국민 배신하는 행위"
창원성산 연대에 '유탄'가능성

4·15 총선을 코앞에 두고 '비례대표 위성정당'이 또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일찌감치 공식화 및 창당한 데 이어, 이를 강력 비판해온 더불어민주당마저 검토에 들어가면서 파장이 커지는 형국이다.

민주당 측은 불가피성을 항변한다. 이대로라면 통합당(+한국당)에 제1당 자리를 빼앗김은 물론, 향후 정국 주도권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달 26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핵심 인사들의 회동 자리에선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비례정당을 해야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공직선거법 개정안)는 정당 득표율과 국회 의석 비율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즉 어떤 정당이 정당 투표에서 10%를 얻었으면, 전체 의석 300석 중 30석을 보장하는 게 제도의 골자인데,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구 축소 반발 등 여러 여건상 그 절반(15석) 수준만 보장했다. 그 결과 지역구(253석)와 비례(47석) 비중은 그대로 유지한 채, 양자를 연동하는 준연동형 비례제라는 이름의 다소 기형적 제도가 탄생했다.

그래도 제도가 미칠 여파는 같다.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통합당과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반면, 정의당 등 당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이 적은 정당은 유리해진다.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이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치면 비례대표에서 이를 채워주는 방식이 연동형 비례제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지난해 이 제도 도입에 사활을 걸고, 통합당이 집단농성·필리버스터를 통해 극렬 저지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당과 통합당, 정의당의 지역구 의석 수를 각각 120석·120석·2석, 정당 득표율을 각각 40%·30%·10% 정도로 가정했을 때 정의당은 15석가량을 비례대표에서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민주당과 통합당은 5~7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은 그러나 이를 두고 보지 않았다. 비례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창당해 더 많은 비례의석 확보에 나섰다. 통합당이 비례 후보를 내지 않은 채, 한국당이 정당 기호 앞순위를 차지하고 통합당 못지않은 정당득표율을 기록하면 전체 비례 의석 47석 중 20석가량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합당(120석)과 한국당(20석) 의석을 합하면 제1당을 가뿐히 넘볼 수 있는 수치다.

민주당은 이런 움직임을 "정당정치의 근간을 허무는 퇴행적 꼼수"라고 비난해왔으나 '1당' '탄핵'이라는 현실론 앞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통합당과는 다른 형식의 비례 위성정당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된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 등에 동참하는 형태(비례연합정당)로 위성정당이라는 눈총도 벗고 시민사회와 연대도 강화하겠다는 심산이다. 비례연합정당은 범진보 세력들이 비례용 선거연합정당을 만들어 통합당과 한국당의 비례의석 확장을 막는 대신 그 의석을 군소정당에 돌려준다는 복안으로 계획됐다.

이 연대체 참여를 제안받은 정의당은 반발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비례민주당 창당이 너무 명분 없으니까 작은 정당과 함께해서 정당화하려는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 비례민주당이든 연합정당이든 꼼수 정당이다. 민주당이 탄핵세력인 통합당의 파렴치한 술수에 부화뇌동한다면 국민 배신행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에 이어 민주당까지 위성정당을 만들면 정의당 의석은 더욱 줄어들 게 뻔하다. 앞서 40%(민주)·30%(통합)·10%(정의) 정당 득표 수준으로 계산했을 때, 민주·통합 위성정당 창당 때 정의당 비례 의석은 5~7석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의당 의석 6석(지역구 2석 포함)과 큰 차이 없는 규모다. 반면 민주당 위성정당은 약 20석, 통합당 위성정당은 약 15석의 비례 의석 확보가 기대된다.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 공식화는 지역구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당장 경남에는 여영국(정의당) 의원이 재선을 노리는 창원 성산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이 지역 이흥석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는 절대 없다"고 이미 밝힌 상황에서, 위성정당으로 말미암은 갈등 격화는 연대를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도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정의당이 서로 경쟁하면, 박빙으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 등에서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위성정당 창당 때 국민 여론 악화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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