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열정·책임감 요구
구설수 자주 오르는 등
퇴행적 행태 인사 걸러야

지난달 23일 KBS 시사 프로그램 <당신의 삶을 바꾸는 토크쇼-정치합시다>에 출연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의 '좋은(나쁜) 국회의원 후보 감별법'이 화제다.

유시민 이사장은 "자신을 위한 활동을 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온 사람 중 웬만하면 후자를 택한다"며 "타인이 당한 불행한 일에 연민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공직자로서 부적합하다. 또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올바르지도, 똑똑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했다.

박형준 교수는 '골목정치에만 매몰된 사람', '외길로만 생각하는, 외골수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에게는 사적인 열정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 정치든 국가든, 사회적 관계든 바꿔보고 싶은 열정이 중요하다"며 "자기 확증편향을 가진 국회의원이 늘어나면 싸움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균형감각을 갖고 문제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이 뽑혀야 한다"고 했다.

희생정신과 측은지심. 일관성. 담대함과 유연함. 공적인 사명감과 책임감. 그리고 균형감각.

정반대의 퇴행적 행태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들이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반강제적으로 불출마를 요구 받거나, 공천 탈락한 인사들 면면을 보면 누구를, 왜 뽑거나 뽑지 말아야 하는지 명료해진다.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보수를 살리려는 당의 절박한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제 살길만 찾고 있는 홍준표(미래통합당) 전 경남도지사도 그 중 한 명이다.

당대표 시절 자신의 말과 행동을 까맣게 잊은 듯한 최근의 앞뒤 안 맞는 태도들, 자기 생각만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편협함, 스스로 보수정치의 대표주자이자 아이콘으로 여기는 분별없음은 당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홍 전 지사만이 아닐 것이다. 딸의 대기업 부정채용 의혹으로 질타 받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성태(통합당)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낙마한 문석균 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정봉주 전 의원은 '공적 열정'보다 '사적 열정'이 앞선 경우였다.

수많은 청년이 취업 문제로 고통 받는 와중에 아버지(문희상 국회의장) 뒷배를 이용해 국회의원직을 날로 먹으려 했던 '그 집 아들'(문석균)과 대통령을 비롯한 온 정부가 집값 잡기, 투기세력과 전쟁에 나서거나 말거나 부동산 투기에 골몰한 '대통령 탄핵의 주역'(김의겸), 그리고 비록 법원에서 1심 무죄 선고를 받았으나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거짓 해명 논란 등이 불거진 '파란점퍼 입은 미래권력'(정봉주)까지, 이들이 국회에 들어가 보여줄 모습은 회의적이다.

상식 이하의 막말과 욕설로 소모적 정쟁을 여러 차례 유발한 민경욱(통합당) 의원과 공항 직원을 상대로 "내가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의원인데"라며 갑질 횡포를 부린 김정호(민주당·김해 을) 의원 사례는 타인에 대한 연민 또는 예의와 관련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8일 나란히 '컷오프'(공천 배제) 됐다.

친박계 핵심이자 3선 중진으로 최근 공천에서 탈락한 윤상현(통합당) 의원과 공천 여부는 결정 안났으나 얼마 전 '대구 봉쇄' 발언으로 당 수석대변인직에서 물러난 홍익표(민주당) 의원은 평소 배타적·패권적 태도로 정치를 극단으로 몰고 간 장본인들이다.

윤상현 의원은 2016년 총선 때, 당시 새누리당(통합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을 향해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부터 솎아내라고" 한 전화 녹취록이 공개돼 그 책임을 지고 자진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했다. 김무성 의원이 성토했던 당시 '친박공천' '막장공천'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홍익표 의원도 2013년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귀태'(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라고 칭했다가 당 원내대변인직에서 사퇴한 적이 있다. 나아가 그는 지난달 큰 파문이 일었던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여당 비판 칼럼 검찰 고발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또 "저는 1당 수석대변인인데 미니정당, 영향력도 없는 정당과 엮이고 싶지 않다"고 바른미래당을 폄훼했다가 공식 사과한 일도 있었다.

물론 어떤 유권자는 이상에서 언급한 균형감각이나 유연함, 도덕성, 소명의식 등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보다는 나와 내 가족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 많은 예산을 따와 내가 사는 지역을 발전시켜 줄 사람, 내가 싫어하는 정치세력이나 후보를 화끈하게 심판해 줄 사람이 더 끌리는 유권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건 이런 수많은 선택과 선택이 어우러져 21대 국회와 한국 정치의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배신과 환멸의 시간이 기다릴지라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내가 던지는 한 표가 곧 내가 만드는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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