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상권 침체에 고통 분담
경남도 지방세 감면 추진 '화답'
아동센터 소독해주는 업체도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극복하자며 임대료를 내려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무료로 소독 방역을 해주겠다는 업체도 나타나는 등 지역사회 상생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착한 임대인 운동 확산 =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에 있는 '꾸이점빵'은 지난달 28일 임대인으로부터 월 50만 원을 내리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가게는 문을 연 지 불과 20일 만에 코로나19 사태를 맞닥뜨렸다. 꾸이점빵 대표는 "개업한 지 한 달도 안 돼 인건비부터 걱정이었는데, 숨통이 좀 트였다"고 했다. 앞서 한 달 공사 기간에도 임대인은 임대료를 아예 받지 않았다. 용호동뿐만 아니라 지역상권 자체가 침체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곳 임대인 홍정표(45) 씨는 "손님 수가 자꾸 떨어지니까 임차인이 방역소독 기계도 사고 정말 애를 많이 쓰고 있었다"며 "고통을 분담해야 윈윈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임차인이 혜택을 보고 지역 상권도 힘을 낼 수 있게끔 더 많은 임대인이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호동 한 피트니스센터도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최근 임대인으로부터 3개월 임대료 50% 인하 소식을 들었다. 이곳 대표는 "제대로 영업을 못하고 있어 비상이었는데,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임대인이 먼저 편의를 봐줬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용호동 가게들은 한은정 창원시의원이 "'착한 임대인'의 온기가 느껴지는 의회 앞 상가 몇 군데를 소개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진주동성상가, 창원 성원그랜드쇼핑상가, 마산어시장 내 주요 상권 등 곳곳에서 임대료 인하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지자체도 '착한 임대인'이 됐다. 합천군은 영상테마파크 내 입점 업체와 관광시설물 12곳에 1개월 사용료 감면을 약속했으며, 진주시는 이달부터 진주중앙지하상가 점포 81곳에 6개월간 임대료 납부 유예를 검토 중이다.

▲ 차상희 창원시 성산구청장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발표되면서 임시 폐장한 뒤 재개장한 전통시장을 찾아 점심을 먹고 물건을 구매했다. /창원시
▲ 차상희 창원시 성산구청장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발표되면서 임시 폐장한 뒤 재개장한 전통시장을 찾아 점심을 먹고 물건을 구매했다. /창원시

◇정부·경남도 지원 방안 = 경남도는 '착한 임대인 운동' 확산을 위해 지방세 감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달 해당 내용이 담긴 '경남도 도세 감면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경남도 지방세심의위원회를 거쳐 오는 5월 임시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재산세 감면은 시·군의회 의결을 거쳐야 해 협조도 요청했다.

지방세 감면은 올 7월 부과하는 재산세에 적용된다. '6월 1일 이전에 임대료 인하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건물주'를 대상으로 재산세 본세와 부가되는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를 각각 감면할 계획이다. 단 감면율은 임대료 인하 비율대로 적용한다.

앞서 정부는 올 상반기 소상공인 임차인의 임대료를 내려준 임대인에게 인하분 50%에 해당하는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특정 시장 내 20% 이상 점포가 동참하면 노후전선 정비, 스프링클러 설치 등도 지원할 방침이다.

◇무료 방역 나눔도 = 창원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는 무료로 방역해주겠다는 '착한 업체'를 만났다. 이 업체는 마산·창원·진해지역 79곳 지역아동센터 가운데 아직 방역을 하지 못한 60곳에서 소독 방역을 돕기로 했다. 류순화 회장은 "오는 9일부터 등원 예정인데, 업체에서 무료로 해주기로 해서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업체 대표는 "창원지역 아동센터, 지역 경로당, 장애인시설, 무료급식소 등 방역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언제든지 연락해달라"는 내용을 SNS에 올렸다. 그러나 "다들 어려울 때 동참하는 것일 뿐 언론에 알리려고 한 일은 아니다"며 인터뷰는 사양했다.

마을별로는 주민들이 자체 방역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창원 진해구 웅동2동 김현옥 주민자치위원은 "지난주 월요일부터 여러 자생단체가 마음을 모아 매일 마을 곳곳을 다니며 방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상희 창원 성산구청장은 지난달 28일 확진 환자가 다녀가 임시 폐장한 이후 다시 문을 연 가음정대상가와 가음정시장을 찾아 점심을 먹고 물건을 구매했다. 가음정대상가는 임대료 인하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가음정시장은 3월 관리비를 면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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