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7일 경남과 전국 주요 일간지 1면 제목
자극적인 용어 남발 - 희망 뉴스 전진 배치에 담긴 의도

▲ 경남도민일보 24일 자 1면에 게재한 알림. /경남도민일보
▲ 경남도민일보 24일 자 1면에 게재한 알림. /경남도민일보

지난 21일 경남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지역신문은 긴박했던 주말 상황을 정리해 24일 첫 지면을 만들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24일 1면 '알림'에서 보도 방향과 대응 원칙을 밝혔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신속·정확한 보도를 지향하고 막연한 불안 조장을 지양한다'입니다. 이 대응 원칙은 독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SNS에서는 '코로나19보다 위험한 언론'이라는 냉소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공포 조장 △과장과 왜곡 △정치적 악용 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언론 보도가 시민 의식과 요구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기에 나오는 불만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분위기에 성실한 보도마저 묻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24~27일 경남지역 일간지와 서울지역 일간지 1면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지역과 서울, 또 신문마다 이번 사태를 대하는 방식에서 어떤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 2월 24일 경남, 부산, 서울 지역 주요 일간지 1면 (화면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2월 24일 경남, 부산, 서울 지역 주요 일간지 1면 (화면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2월 24일 = 지난 21일 경남 합천과 진주에서 확진자가 4명 나왔고 주말 동안 확진자 13명이 추가 확인됐습니다. 경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첫 지면 보도로 볼 수 있는 24일 자 신문을 모았습니다. 경남·부산 지역 일간지 1면은 당연히 코로나19 관련 소식입니다. 이전까지는 다른 동네 소식이었지만 이제 우리 동네 문제가 됐습니다.

서울지역 신문은 1면에서 경남지역 확진자 소식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정부 위기 경보 '심각'과 전국 초·중·고 개학 연기를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부산일보>·<국제신문>은 감염자 집계를 부울경으로 묶었습니다. 특히 부산에 있는 온천교회가 새로운 전파지로 지목되면서 이를 비중 있게 다룹니다.

24일 보도부터 자극적인 제목이 눈에 띕니다. '공포'·'공포증'·'포비아' 같은 단어를 큰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시민 불안을 가중하는 단어 남용은 재난보도에서 피해야 할 대표적인 제목입니다. 신문이 몰라서 저런 단어를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한국인 입국 거부 사례를 다뤘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코리아 포비아'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었습니다. 한국은 중국인 입국 제한을 못하는데 한국인은 외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나 봅니다. 정부 방침이 불만인 독자가 본다면 국가 자존심을 긁는 제목이겠습니다. <중앙일보>는 아예 사설을 1면에 게재해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남지역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감염은 대구·경북지역과 밀접한데 두 신문이 경남에는 무슨 조언을 할지 궁금합니다.

▲ 2월 25일 경남, 부산, 서울 지역 주요 일간지 1면 (화면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2월 25일 경남, 부산, 서울 지역 주요 일간지 1면 (화면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2월 25일 = 경남지역 일간지들은 일제히 '신천지'에 주목합니다. 확진자가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됐다는 중요하게 다룹니다. 서울지역 일간지는 국회의사당 폐쇄 방역 내용을 큰 사진과 함께 비중 있게 다룹니다. 부산지역 일간지는 경남지역 확진자 소식과 함께 국회 폐쇄와 법원행정처 전국 휴정권고 내용을 전면 배치했습니다.

24일에 이어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다른 국가에 입국하지 못하는 한국인 소식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한국인 입국금지', '중국과 한국이 뒤바뀐 신세' 같은 표현으로 국민 정서를 자극합니다. 사상 첫 국회 폐쇄가 충격적이었을까요? 이를 전하는 제목에 쓴 단어가 상당히 과격합니다. '마비된 대한민국', '초유의 국회 폐쇄', '바이러스 직격탄' 같은 표현이 눈에 띕니다.

재난 상황에서 뭔가 희망적인 뉴스를 전하려면 상당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경향신문>이 대구로 향한 '백의의 전사'를 가장 큰 제목으로 뽑은 것은 의도만큼 의미도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시민 스스로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내용을 1면에 배치한 것 역시 의도적입니다. 

▲ 2월 26일 경남, 부산, 서울 지역 주요 일간지 1면 (화면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2월 26일 경남, 부산, 서울 지역 주요 일간지 1면 (화면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2월 26일 = 매일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경남지역 일간지들이 어느 정도 분위기를 추스르는 지면 구성을 보여줍니다. 직접적인 확진자 추가 소식보다 주위를 둘러보는 기사가 보입니다. <경남신문>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자영업 소식을 전합니다. <경남일보>는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줄이자고 제안합니다. <국제신문>은 누리꾼 응원 메시지와 시민 온정을 다룬 기사를 1면에 배치했습니다. '힘내라 대한민국'과 '희망백신'이라는 조어도 눈에 띕니다.

서울지역 일간지는 대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소식을 큰 사진과 함께 다뤘습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대변인 발언을 수습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다른 신문과 달리 대통령 사진을 쓰지 않고 '대구를 살려내라'는 문구를 쓴 피켓을 든 보수단체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3일째 '한국인 입국 통제' 문제를 1면에 쓰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중증장애인 병원과 요양병원 등에서 집단 감염을 거론하며 보완책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는 대구지역 시민이 연대하는 소식을 전하며 '코로나에 맞선 상생 물결'이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이틀 전보다 자극적인 제목은 줄었습니다만 '병실도 곧 포화', '대학기숙사 뚫리고' 같은 자극적인 제목도 여전했습니다.

▲ 2월 27일 경남, 부산, 서울 지역 주요 일간지 1면 (화면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2월 27일 경남, 부산, 서울 지역 주요 일간지 1면 (화면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2월 27일 = <경남신문>은 창원지역 노동자 감염 소식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창원산단 뚫렸다'와 'STX엔진 셧다운'을 두 줄로 붙인 제목을 썼는데 완성도 면에서는 나을지 모르겠으나 재난보도 기준에서 보면 과장한 느낌도 있습니다. <경남일보>는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적막해진 농촌 풍경을 묘사합니다. <부산일보>는 정부·여당 고위당직자 발언과 마스크 대란 문제를 언급하며 '등 돌리는 민심'을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사회 문제를 정치 문제로 옮기는 기술(?)인데 평가는 독자 몫입니다. <국제신문>은 확진자가 도시 곳곳을 활보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경향신문>은 1261명을 찍은 확진자 수를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확진자 수 증가로 병실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부각했습니다. 

<한겨레>가 26일에 이어 시민 연대에 주목하는 편집이 눈에 띕니다.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구지역을 찾은 의사들 소식을 전합니다. <경남도민일보>기 코로나19 사태 이후 들려오는 미담을 모아 '코로나에 맞서는 시민들'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한 것도 비슷한 의도일 것입니다.

이렇게 보도를 모아서 보니 어떻습니까? 많은 독자가 지적한 것처럼 '전염병보다 위험한 언론'입니까? 어쩌면 자극적이고 과격한 단어보다 그 뒤에 숨은 의도가 더 위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론을 향한 날선 비판은 그런 의도에 담긴 위험을 감지한 경계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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