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몇몇 언론이 중국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잇따랐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게 사스의 재연은 아닐까 걱정했다. 사스가 창궐한 지 17년 만이다. 사스는 아닌 거로 밝혀졌다. 중국의 우한 상황 역시 초기여서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감염자는 기하급수로 늘어갔다.

설날을 앞두고 국내 언론도 서서히 걱정하기 시작했다. 1월 17일 연합시론에서 가장 먼저 "대수롭지 않을 것 같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상이나 전파력이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며 정부의 각별한 대책을 요구했다. 이후 띄엄띄엄 언론들이 사설을 통해 경각심을 가지고 국제협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많은 사람, 많은 언론이 초기엔 그저 남의 일로만 여겼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스나 메르스 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화재와 마찬가지로 시간 싸움이다. 초기 진압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번의 경험으로 학습했을 법한데 바이러스에 대해서만은 딱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위험하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해도 쇠귀에 경 읽기인 사람도 있긴 있더라만. 역사적으로 보면 1300년대 중반에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최소 7500만 명을 숨지게 했다. 그리고 1900년대의 천연두는 최소 3억 명을 숨지게 했다. 천연두는 우리나라에서 '마마'라고 불리는 역병이었다. 호환마마. 오죽하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했을까. 그나마 의료 여건과 통신기술이 발전한 현대에 태어난 것이 다행이다 싶다.

사스와 메르스, 에이즈 등 최근 창궐하는 강력한 바이러스 모두 코로나의 변종이란다.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은 RNA 계열이어서 대응이 쉽지 않단다. 백신 개발도 쉽지 않다고 한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계기로 제작된 영화 <아웃브레이크>를 기억한다. 어쨌든 결국은 인간이 승리한다. 초기 진압에 실패했다면 전염을 차단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이른 시일 안에 백신이 개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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