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천재지변 사유로 가능
전쟁 중에도 치러…전례 없어
전염 확산세 장기화 최대 변수

4·15 총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정치권의 총선 연기론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뭘까.

먼저 총선에 나온 당사자 문제. 만에 하나 출마자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 2주 이상 격리돼 선거운동 자체를 할 수 없다.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선거사무원 등 후보를 돕는 이들 중 확진자가 나와도 선거사무소 폐쇄로 이어진다.

현재 선거운동은 사실상 코로나19에 격리된 상태다. 각 정당은 예비후보들에게 대면 접촉 선거운동을 피하라고 권하고 있고, 예비후보들 정견 발표장으로 활용됐던 도내 시·군 기자회견장도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후보들은 온라인 선거운동으로 전환하거나 차량 흐름이 잦은 곳에서 인사를 추가로 더 하는 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총선 연기는 가능할까? 공직선거법 196조 1항을 보면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할 수 없을 때는 대통령이 연기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천재지변에 준하는 부득이한 사유로 본다면 연기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총선을 연기한다면 정부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천재지변 혹은 6·25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자인하는 꼴이 된다. 정부 책임론이 일 수밖에 없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의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의 "당신의투표가 역사를 만듭니다, 내가만드는 대한민국 투표로 시작됩니다" 선거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전례도 없다. 실제 제2대 대선은 전쟁 중인 1952년 8월 5일에 치러진 바 있고, 2009년 10·28 재보궐선거 때 당시 신종플루가 유행해 그해 10월 기준 3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을 때도 선거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특히 총선을 연기하게 되면 입법부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다.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오는 5월 29일까지인데, 현행 공직선거법 상으로는 연장하는 방법이 없다. 정세균 총리도 지난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총선을 연기한 사례는 없다. 입법부 부재 상태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여론은 어떨까. 찬성이 약간 우세하다.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26.2%)를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총선 연기론이 나오는 데 대해 얼마나 공감하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55.7%가 '매우 공감'(20.9%)하거나 '공감하는 편'(34.8%)이라고 답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전희경, 곽상도 의원이 지난 19일에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24일 헌법기관인 국회가 폐쇄된 것처럼, 정치권에 대규모 전염사태가 발생하거나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해 코로나19가 더 퍼지면 총선 연기론이 다시 피어오를 수밖에 없다. 선거 특성상 투·개표가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진행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 투표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대의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현재 총선 연기론은 여야 모두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하는 쪽으로 흐르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다만, 정부가 약속한 대로 앞으로 4주에 걸쳐 대구를 비롯해 지역으로 확산하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안정화하느냐 여부에 따라 '재점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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