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깎는 건물주 점점 늘어
김 지사 "건물주 많은 동참을"
정부, 인하분 절반 분담 발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건물주들에게 임대료 인하 요청을 하며 '착한 임대인 운동'을 제안했다.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며 임대료를 낮춰주는 '착한 건물주'들이 이어지며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경남도는 '착한 임대인 운동' 확산을 위해 임대료를 내린 건물주에게 인하 비율만큼 지방세 감면을 추진할 계획이다.

창원시 의창구 한 쇼핑몰 임대인은 최근 임대료 수십만 원을 낮췄다. 이 임대인은 "유동인구가 줄어 매출이 좋지 않지만 버티고 나가보자. 천재지변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 보자.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며 응원 메시지를 임차인에게 보냈다. 3곳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이 쇼핑몰에서 임대료를 낮춘 임대인을 수소문해 연락을 했지만 인터뷰를 사양했다.

앞서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한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요즘 모두 힘드니 2∼3월 임대료 70만 원을 삭감해 입금해달라"고 통보한 사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이 건물주도 신상 공개는 꺼렸다. 다만 그는 "다 어렵고 세입자도 어려울 테니까 고통을 분담하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인데 알려져 쑥스럽다. 어려운 때일수록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시 진례면에 상가를 가진 조영호(63) 씨도 자신의 건물에 입주한 한 식당이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 한동안 식당 문을 닫아야 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두 달간 이 식당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조 씨는 피해 식당뿐 아니라 코로나 영향으로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가 내 다른 식당 2곳과 편의점, 스크린골프장에도 두 달간 임대료를 50%로 낮췄다. 그는 "매월 임대료 수입이 3분의 1가량 줄어들게 됐지만 IMF 외환위기 때 힘든 상황을 경험했기에 누구보다도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알고 있어 임대료를 경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해 실의에 빠져 있던 네일아트 운영자 ㄱ(김해시 장유3동) 씨에게도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임대인인 김순중(62) 씨가 무려 2년간 임대료를 30% 낮춰주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27일 오전 코로나19 발생 상황과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착한 임대인 운동' 제안과 함께 건물주에게 인하 비율만큼 지방세 감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세는 지역자원시설세·지방교육세(도세)와 재산세(시·군세)이다. 김 지사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확산하려면 많은 건물주의 동참이 필요하다. 건물주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임대료를 인하한 건물주에 대해 지방세 감면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이날 회견에 앞서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정부 영상회의에서 정부에 지방세 감면을 건의했다. 김 지사는 "도의회와 시·군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4월부터 지방세 감면을 추진하겠다"며 "'착한 임대인 운동'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도 이날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하면 절반을 정부가 분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에서 "정부는 조속히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을 개정해 당장 4월 1일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