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에 매표 연기·강습 취소 등 자구책 마련
문예진흥기금사업 포기도…한국연극협, 정부 지원 요청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위기감이 더 큰 거 같아요.'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도내 극단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아마도 전국 공연 단체들이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도내 극단들은 21일부터 시군마다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일상적으로 하던 연습마저 모두 중단했다.

코로나 사태로 나름 뜻깊게 준비했던 정월대보름 행사를 취소했던 마당극 전문 극단 큰들은 다음 달 1일 시작하려던 올해 공연 일정마저도 모두 4월 이후로 연기해야 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던 풍물 강습도 전부 중단 통보를 받았다.

거제 극단 예도는 4월부터 6월까지 공연 일정을 확정하고 입장권 판매(티켓 오픈)를 준비하고 있다가 코로나19 지역 확산이 시작되면서 모두 중단했다.

▲ 극단 큰들 단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극단 큰들
▲ 극단 큰들 단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극단 큰들

김해 극단 이루마도 경남연극제 외에 가야문화축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공연 연습을 취소했다. 열심히 준비하던 공연들이 갑자기 취소되자 "마치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당한 기분이 이럴까 싶다"는 연극인도 있다.

그러면서도 "만에 하나 우리 극단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기에 더 조심하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게 극단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도내 극단들이 당장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어려움이 곧 현실로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그리고 공연이 미뤄지는 일 자체는 올해 극단 수익에 큰 영향을 준다. 일 년 단위로 적절하게 분산된 공연이 처음부터 연기되기 시작하면 결국 나중에 일정이 겹치는 일이 잦아진다. 결국, 할 수 있었던 공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 극단 큰들 연습 장면.  /극단 큰들
▲ 극단 큰들 연습 장면. /극단 큰들

극단 현장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최근 진주시 문예진흥기금 사업 하나를 포기했다.

대부분 극단 단원들이 나름 생계를 위해 직장에 다니거나 부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극단 현장이나 큰들처럼 단원들이 오롯이 극단 활동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단체로서는 앞이 캄캄한 처지다.

"세월호 참사 때 공연이 한꺼번에 우르르 취소돼 산청 비닐하우스에 양파 뽑으러 갔었지요. (단원) 30명이 1주일 동안 도시락 싸들고 안 쓰던 근육을 쓰다 보니 다들 몸살에 고생했지요. 사스, 메르스 때도 산청 비닐하우스 수박 따고, 남해 비닐하우스 완두콩도 따러 갔었지요."

▲ 극단 상상창꼬 연습 장면.  /극단 상상창꼬
▲ 극단 상상창꼬 연습 장면. /극단 상상창꼬

이번에는 어디로 돈을 벌러 가야 하느냐며 극단 큰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푸념이다. 사실 이렇게 해도 극단을 유지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사)한국연극협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국 연극인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0연극의 해' 관련 예산 21억 원을 코로나19 피해 연극인 지원에 사용할 것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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