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체전 노메달 안타깝지만 국가대표 선발전 목표로 훈련
"창원시 산하 실업팀 6월 창단...우리 선수들 많이 가길 바라"

"초반에는 선전을 했는데 후반에 뒷심을 발휘하지 못 해서…. 이번에 훈련도 많이 했었거든요."

경남 휠체어컬링팀(양영숙·이동하·이현출·조양현·현길환)을 이끌고 17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 참가한 김우진(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사무처장) 감독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럴 만했다. 올해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이하 곰두리국민센터) 소속 선수들로 구성한 경남 휠체어컬링은 유력한 메달 후보로 떠올랐었다.

초반 분위기도 좋았다. 대회에서 대구·세종·서울·전남 등과 함께 예선 A조에 묶인 경남은 현 국가대표팀 전남을 6-3으로 꺾는 등 일찌감치 연승 행진을 달렸다. 하지만 예선 막판, 경남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충북과 부산에 연패를 당하며 각 조 1·2위 팀에 주어진 4강 진출권을 따지 못했다. 순위 결정전에서 충남을 6-3으로 꺾고 최종 7위로 대회를 마친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 개인의 영광을 탐내서가 아니었다.

▲ 김우진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휠체어컬링팀 감독.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 김우진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휠체어컬링팀 감독.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이르면 올해 6월 창원시청 혹은 창원시체육회 산하 휠체어컬링 실업팀 출범을 앞두고 있어요. 예산 1억 5000만 원가량을 확보해 대한장애인체육회 매칭사업에 응모하는 방법을 통해서 말이죠. 정상적으로 출범이 이뤄진다면 전국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는 최초예요. 곰두리국민센터 휠체어컬링팀 선수 전원이 새로 창단하는 실업팀으로 옮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마냥 가능성이 작다고 볼 수도 없어요. 그렇기에 이번 동계체전이 더 중요했어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면 선수 이적도 탄력을 받았을 테니까요."

김 감독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의문도 생긴다. 곰두리국민센터 선수들이 팀을 옮긴다면, 곰두리국민센터 컬링팀은 어떻게 되는가 하고 말이다. 그에 앞서 잘 키운 선수들을 뺏긴다는 생각이 들진 않을까. 김 감독은 장애인 운동팀을 운영하는 본 취지를 설명하며 그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장애인 운동팀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분들이 비장애인과 어울려 잘 생활할 수 있게, 자립할 수 있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예요. 소속 선수들이 실업팀으로 자리를 옮겨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고 실력을 키워갈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예요."

물론 김 감독은 휠체어컬링팀 이후 미래도 그리고 있다. 농아인컬링팀을 꾸려보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계획에 불과하나 지난 노하우를 살린다면 막연한 꿈도 아니다.

"첫째는 선수 수급, 둘째는 의지인데, 특히 선수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해요. 아침 7시에 훈련을 시작하려면 적어도 30분∼1시간 전에는 준비하고 출발해야 해요. 이른 아침, 비장애인도 움직이기 싫잖아요. 장애인 분들이 그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체육관에 온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죠. 여기에 팀워크까지 쌓는다면 좋은 성적도 기대할 수 있고요."

▲ 훈련하고 있는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휠체어컬링팀 선수들.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 훈련하고 있는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휠체어컬링팀 선수들.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눈앞에 이별이 아른거리지만 김 감독은 '그래도 할 건 한다'는 각오다. 김 감독은 3∼5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활약해 국가대표로 뽑히는 걸 당면 목표로 잡았다. 이와 관련한 기분 좋은 기록도 있다. 곰두리국민센터 휠체어컬링팀은 2018년 3차례 선발전에서 2등·2등·1등을, 지난해에는 3등·3등·2등을 기록했다. 동계체전을 기점으로 서서히 경기력이 올라가는 이른바 '슬로 스타터'인 것. 김 감독은 이 같은 분위기에 전술·체력·실전 훈련을 덧붙이겠다고 했다.

"8엔드까지 진행하는 장애인컬링은 스위핑이 없거든요. 스톤 빠르기나 방향 조절이 불가능하죠. 결국 첫 엔드와 마지막 엔드 샷이 똑같아야 하는데, 체력이 약하면 달라지기 십상이죠. 앞으로 그런 미세한 차이들을 더 분석하고 보완할까 해요."

많은 변화를 앞둔 김 감독이나 변하지 않고 늘 간직 중인 생각도 있다.

"창원시와 창원시장애인체육회, 경남장애인컬링협회 지원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앞으로 더 많은 관심에 힘입어 컬링이 누구나 쉽게 접하는 생활체육 한 종목으로 발전했으면 해요. 실제 컬링을 하면 집중력과 체력이 상당히 높아지거든요. 나아가 우리 선수들이 다른 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더 좋은 활약 펼쳤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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