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보다 무서운 혐오·불신·배제
그 속의 응원·고군분투가 공동체 희망

시골마을 경로당부터 국회까지 문을 걸어 잠갔을 정도로 난리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국에서 퍼지고 있다.

처음에 '코로나' 이름을 들었을 땐 맥주가 떠올랐고, 그 맥주와 닮은 눈으로 마시는 국산 맥주 이름으로 이어졌다. 맥주 거품처럼 빨리 가라앉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다. 5년 전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숫자를 챙겼던 기억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경남으로 번지기 전까지는 딴 동네 이야기라 여겼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경남 상황은 급변했다. 또 하루하루 환자 수를 챙기고, 그 사람이 어디서 걸려왔을지, 그리고 어디에 다녀갔다는 동선, 대책을 살핀다. 경남도는 오전·오후 하루 두 번 브리핑하는데 환자 숫자가 크게 늘 땐 덜컥한다. 빈자리 많은 식당, 출퇴근할 때 꽉 막히던 도로에 차가 없는 걸 보면서 코로나 정국을 실감한다.

다시 전염병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생각했다. 우리 안의 혐오, 그리고 불안과 불신. 어느새 코로나 정국에서 신천지와 대구가 자리 잡았다. 혐오 대상으로 몰았던 중국인과 이주민은 신천지 교인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중국 우한은 대구로 대체됐다. 나도 그랬다. 신천지가 전국을 장악했다고 말하곤 한다.

어지러운 정국에서 그랬듯이 희생양, 불안감을 털어낼 수 있게 욕을 할 대상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신천지가 모든 근원인 것처럼 딱지붙이기가 편할 수도 있겠다. 신천지교회를 통해 퍼졌고 빨리 협조하지 않아서 창궐했으니 차단해야 한다는 것과 희생양 삼기는 다르다.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자 접속자가 폭주해 주말 사이 경남도 누리집은 먹통이 되고, 마트 식료품은 동나기도 했다. 나의 안녕이 세상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굴곡진 역사를 거쳐 오며 어쨌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체득한 진리일 수도 있겠다. 요즘같이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엔 각자 살아남기에 더 내몰리니.

목숨과 안전이 우선이다. 그러나 너무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걸렸더라도 나라가 완쾌할 때까지 책임진다. 사실 병에 대한 무서움보다 걱정하는 것은 낙인일 것이다. 내가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공동체를 온전하게 유지해온 힘은 무엇일까. 환자가 급증하는 대구로 달려가는 의료진을 보며 감동한다. '#힘내라 대구경북' 응원이 온라인에 이어지고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게 생수를 사다주거나 이웃과 마스크를 나눠쓰며 공동체를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희망을 본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어떤 교훈을 남길까. 이렇게 이겨냈다는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안전한 세상을 말할 때 세월호 이전과 이후를 가른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혐오와 불신이다. 코로나 그 이후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경제 살리기 삼아 막걸리 마시며 든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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