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중앙부두에 어린 열사의 시신이 떠오른 다음 날인 1960년 4월 12일 오전, '민주정치 되살리자', '선거를 다시 하라'며 거리로 나선 이들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었다. 이것이 바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마산 3·15의거이다. 이후에도 학생들은 민주화 운동의 중요 축이 되어 기성세대를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 왔다.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헌법으로 보장받는 선거권 획득에서 최전선에 있었던 이들은 학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OECD 국가 중 만 18세에 선거권을 주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었다. 지난 12월 27일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만 18세에 선거권을 주며 '학생' 유권자들이 쏟아져 나오게 됐다.

선거법 개정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선 학생들에게 자기 결정권을 둔 주체로서 사회적 역할이 주어질 것이다. 지금껏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법이 신설·운용됐지만, 정작 그들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교정 안에 갇혀있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사회로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새로운 바람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향한 우려 목소리도 존재한다. '학교의 정치화'이다. 가치관이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타인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정치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선관위는 교육 현장에서 혼란이 없도록 사례 중심의 선거법 안내자료를 제공하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선거 교육을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려 한다. 지금껏 청소년리더 연수, 민주주의 선거 교실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선관위야말로 현재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훌륭한 초기 교육자가 되어 줄 것이다.

새로운 유권자가 나오며 사회는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당장 학생이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지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있다. 그중 사회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학생이야말로 가장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럴 때 학생들이 선관위를 찾길 바란다. 그들이 주권자로서 어떤 권리를 안고 있으며, 어떻게 사회 주역으로 나아가야 할지 가장 중립적인 입장에서 인도해 줄 것이다.

민주주의 역사에서 선거권을 확대하는 초기 과정에는 늘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다. 하지만 뒤돌아본다면 선거권 확대는 사회를 변화하는 긍정적인 한 걸음이었다. 이번에도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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