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불안에 손님 끊겨
매출 급락에 폐점도 고려
지자체, 상인들 돕기 운동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이 속속 공개되면서 해당 상인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불안감에 끊긴 발길은 상인들의 생계뿐만 아니라 지역경제까지 얼어붙게 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방역·소독 작업 후 확진자 동선 장소를 방문해도 감염 위험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26일 현재 코로나19 경남 확진자는 38명. 역학조사에 따라 확진자가 방문한 음식점·카페·시설 등이 모두 공개되고 있다. 동선 공개는 해당 장소를 방문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혹시나 같은 장소를 방문한 사람 중에 감염 증상이 있거나 의심되면 보건당국과 상담을 해보라는 취지다.

◇확진자 동선 상인 울상 = 도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중앙동 일대는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자 이전과 달리 '찬바람'만 불고 있다. 경남25번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창원시 상남동 와인 주점 '드비노'는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드비노 운영자 유경재(32) 씨는 25일 보건소 직원으로부터 확진자 동선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어 보건소는 방역 작업을 했고, 유 씨는 별도로 알코올로 가게 곳곳을 소독했다고 했다. 또 직원 보호를 위해 잠정 휴무를 결정했다. 유 씨는 앞으로 고객들이 방문을 꺼릴까 봐 걱정이 크다고 했다. 드비노는 분위기 좋은 와인바로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유 씨는 이날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당장은 상황을 지켜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며 "그러나 영업을 재개할 때 손님들이 꺼려 가게를 찾지 않을까 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유 씨는 하루 100만 원 안팎이던 매출이 뚝 끊기게 됐다. 한 달 임대료는 300만 원 정도다.

이날 경남7번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상남동 카페, 피시방 등도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방역·소독을 했거나 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 26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피시방 출입문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은 코로나19 경남7번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다. /최석환 기자
▲ 26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피시방 출입문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은 코로나19 경남7번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다. /최석환 기자

◇방역·소독 후 문제없어 = 전문가와 보건당국 등은 방역·소독을 철저히 하면 바이러스가 소멸하므로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를 방문해도 괜찮다고 강조한다. 다만,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적 위생관리는 필수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대응지침'을 통해 "환자 노출 장소는 지침에 따라 소독하고 다음 날까지 사용을 금지한다. 이후 장소는 사용할 수 있다"고 알리고 있다. 또 소독 당일 바이러스는 사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한국방역협회도 지난 6일 적법한 방역·소독 조치 후 24시간이 지나면 해당 시설을 사용해도 된다고 밝혔다. 의협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소독·방역 약품 14종을 검토한 결과 살균,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상인 돕기 나선 지자체 = 진주시는 SNS에 확진 환자 동선에 포함된 가게들이 힘들어한다며 이들을 응원하자는 글을 올렸다.

진주시는 "코로나19보다 더 큰 불안은 어쩌면 이웃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외면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확진자 동선에 상대동 한 빌딩이 포함돼 불안해했던 마음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현재 이 건물은 이미 모든 방역 조치가 완료돼 폐쇄 해제된 상태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이며 많은 업체가 현재 정상 영업 중"이라고 알렸다.

여기에는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며 공감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진주시는 "우리 사회 공동체 일원이자 가까운 이웃인 이들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따뜻한 발길로 찾아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전북 전주시는 공무원들이 직접 상인들 돕기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전주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 100여 명이 지난 25일 전북 3번 확진자가 다녀간 음식점을 방문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른 확진자 동선상 가게나 영업점, 주변 상점도 계속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돕고, 시민들에게는 안심하고 이용해도 괜찮다고 알리기 위해서다.

전주시 관계자는 "25일 방문한 식당은 확진자 동선 공개 후 매출이 90%가량 급감해 문을 닫을 판이었다. 상인을 돕고, 시민들에게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식당을 방문한 것"이라며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무원은 물론 여러 관계기관에도 협조를 구해 확진자가 방문한 식당이나 상점과 그 주변 지역 상권 살리기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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