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민생·경제안정 원해
여, 불평등 완화 기조 견지
야, 원전 부활 등 상반 입장

지난달 30~31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진행한 21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이 바라는 최우선 정책 과제는 역시 민생·경제였다.

1위를 차지한 '서민 살림살이 질 향상'(15.7%)을 비롯해, '집값 안정 및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13.8%), '청년 실업 및 주거 대책'(13.2%) 등 상위권 전체가 민생·경제 분야 현안이었던 것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 경남·부산·울산 응답자들은 '서민 살림살이 질 향상'(19.5%), '청년 실업 및 주거 대책'(17.4%), '질 좋은 일자리 창출'(13.4%)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꼽아 눈길을 끌었다. 조선·자동차·발전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불황과 자영업 침체 등 호전 기미 없는 지역경제 사정이 경남도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경남도민의 경제적 고통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평가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 현 정부 출범 2년 6개월을 맞아 진행한 분야별 평가 조사에 따르면, 경·부·울 응답자의 67%가 "경제정책을 잘못했다"고 해 "잘했다"(20%)를 훌쩍 뛰어넘었음은 물론,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부정평가 수치를 기록했다.

미래통합당 등 야권이 "문재인 정권 경제 실정을 심판하겠다"며 '반정부 정책'을 대거 쏟아내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지난달 '제1호 희망경제공약 발표식'에서 "현 정권 들어 국가 주도의 규제중심 친노조·반기업 정책, 국민과 기업의 경제의지와 열정을 꺾는 숱한 악법, 포퓰리즘 남발로 경제 현장이 도탄에 빠졌다"며 노동시장 개혁, 탈원전 정책 폐기, 법인세 인하 및 종합부동산세 완화, 최저임금 차등적용,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 도입 등을 주요 대안으로 내놓았다.

여권은 "이명박·박근혜 시절로 역주행하겠다는 몽니"로 평가절하하며 현 정부 기조를 더욱 강화할 태세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통합당의 주장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마련' '서민주거안정 및 노동존중사회 실현'이라는 시대정신과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퇴행적인 것"이라며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겠다는 것인데, 우리 당은 '공공와이파이 구축' '벤처 4대 강국 실현' 등 국민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생산적 공약 제시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은 통합당의 탈원전 폐기 노선에 특히 반발했다.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는 논평을 내 "통합당은 '기-승-전-탈원전'이라고 할 정도로 온갖 가짜뉴스를 동원해 모든 걸 탈원전 정책 탓이라고 해왔다"며 "사람만한 구멍이 발견되는 핵발전소와 각종 부실공사로 국민을 불안에 빠뜨린 책임을 반성하지 못할망정, 핵발전소와 핵산업계를 무조건 옹호하며 국민을 호도하는 짓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도 그러나 고민이 없지 않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제기되는 '탈원전 속도 조절론'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소속 허성무 창원시장은 지난 20일 '두산중공업 명예퇴직 추진에 따른 창원시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은 50년 이상 장기 계획인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실업과 가족의 삶이 무너지는 문제에 어떤 대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 아무리 숭고한 뜻이라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영국(정의당·창원 성산) 의원도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두산중공업 등 관련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가중되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 전략기업 지정 등의 대책을 촉구했다.

유권자들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환경과 안전을 생각하면 탈원전이 백번 옳지만 당장 경제적 충격이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대표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 소득 개선과 불평등 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고용 불안과 자영업 위기의 또 다른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유권자들의 최종 선택이 이 모든 경제·사회적 쟁점의 향방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주력해온 소득주도 성장 및 확장적 재정 정책, 탈원전 정책, 최저임금·주52시간제 등 노동 정책, 규제 위주 부동산 정책 등의 운명이 이번 총선에 달려 있는 셈이다.

야권, 특히 통합당은 오직 문재인 정부 반대만을 위한 정책, 이명박·박근혜 시대로 회귀라는 비판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최근 조선일보 칼럼에서 "통합당이 통합은 이뤘는지 모르겠지만 과연 보수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며 "설사 총선 이후 제1당이 된다고 해도, 국민이 곧바로 보수세력을 유능한 대안으로 받아들이거나 그들에게서 좀 더 나은 정치를 기대하게 되는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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