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가스 폭발 현상 닮아 코로나, 왕관과도 같은 뜻
바이러스에 잉카제국 멸망·페스트에 중세 막 내리기도
쥐·박쥐·낙타·고양이 숙주…공기 전염 가능성은 낮아
따뜻한 물로 30초 손 씻기…보건용 마스크 효과 좋아

매일 아침 신문을 펼치거나 TV를 켜는 게 습관이 되었다. 혹시 내 동선과 확진자의 동선이 겹치는 건 아닌지 우려되어서다. 코로나19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외출한다는 건 몰상식으로 취급받을 정도다. 보건용 마스크를 챙겨 나서는 것도 필수 사항이다. TV에서 확진자 수가 간밤에 얼마나 늘었느니 확진자의 동선이 어떠니 하며 보도가 쏟아져 나온다. 코로나19가 대체 얼마나 위험한 바이러스길래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딸이 앞을 지나가며 한마디 툭 던진다.

딸 : 아빠, 왜 저 바이러스 이름을 코로나라고 지었는지 아세요?

아빠 : 당연히 알지. 태양 가스층이 폭발하는 현상을 코로나라고 하는데 이 바이러스 모양이 그것과 닮았다고 해서 지어졌지.

딸 : 오호! 우리 아빠 똑똑한데.

아빠 : (빠직!) 이 녀석이!

딸 : 그럼 그 코로나가 크라운, 왕관하고 같은 말이라는 것도 아시겠네요. 어원이 같잖아요. 왕위에 오르는 대관식을 영어로 코로네이션(Coronation)이라고 하잖아요.

아빠 : 아, 알지. 그 정도는. (-,.-;)

딸 : 그런데 이상해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코로나' '메르스-코로나' 이런 식으로 이름이 붙여졌는데, 왜 이건 '코로나19'로 이름이 지어졌을까요?

아빠 : 너, 화장실 가는 길 아니었니?

딸 : 아빤 뉴스를 많이 보니까 아실 거잖아요. 화장실 갔다 오면 알려주세요. (총총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한다)

아빠, 잽싸게 스마트폰을 켜고 검색한다. 한참 읽어내려가다가 아하 하고 무릎을 친다. 그때 딸이 화장실에서 나온다.

아빠 : 코로나19는 급성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의 일종이야. 지금까지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 중에 사람한테 전염이 되는 건 7종이지. 이 가운데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잠깐만.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본다) 229E, OC43, NL63, HKU1 등이고 중증 폐렴을 일으키는 게 사스와 메르스였지.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가 더 추가된 거야.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 불렸는데 지난 12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COVID19, 즉 코로나바이러스19로 공식명칭을 붙인 거지.

딸 : 역시. 우리 아빠의 뛰어난 순발력. 하하.

아빠 : 들켰네. 하하. 그런데 너, 바이러스가 전쟁에서 총칼보다 더 큰 역할을 했던 거 알고 있니?

딸 : 총, 칼 같은 무기가 아니고 바이러스로 전쟁을 해요? 금시초문인데요.

아빠 : 요새 한창 뜨는 책 <총·균·쇠> 알지? 그 책에 보면 스페인 군대 168명이 8만 잉카제국을 이긴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이유가 총도 아니요, 칼이나 갑옷도 아닌 균, 바이러스란 얘기지. 유럽 사람들은 천연두, 장티푸스, 홍역 이런 바이러스에 내성이 있는데 잉카 사람들에겐 그게 없었단 말이야. 그러니 어쩌겠어. 얼마 지나지 않아 잉카 사람들 거의 전멸한 거지. 너, 십자군 전쟁 때 흑사병이 돌았다는 거 알지? 페스트라는 그 병 때문에 봉건제도가 붕괴하면서 중세시대가 막을 내린 거야.

딸 : 페스트는 쥐벼룩을 통해 감염된다면서요? 그걸 생각하면 중세시대 쥐가 얼마나 많았을까 상상이 가요. 으흐흐. 난 쥐가 제일 싫은데.

아빠 : 그러고 보니 이번 코로나19도 박쥐에서 비롯되었으니 쥐가 원흉이네. 박쥐와 사향고양이에서 파생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도 그렇고. 또 박쥐와 낙타에서 비롯되었다는 메르스도 그렇고. 거참. 모두 박쥐가 숙주로군. 쥐가 하여튼 문제야. 하하.

딸 : 쥐들끼리 감염하고 전파하면 될 걸 왜 사람한테 옮겨서 이렇게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는지 모르겠어요.

아빠 : 그러게 말이다. 쥐에서 닭으로, 다른 동물한테 전염되면서 사람한테도 결국 들어오게 된 건데, 이 바이러스가 기관지에 서식하다가 기침을 하면 공기 중에 날아가다 다른 사람에게 착 달라붙어 감염시킨단 말이지. 그래서 항상 마스크를 하고 다녀야 해. 감염됐다고 해서 바로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조치하겠지만, 적어도 하루는 지나야 마른기침을 하고 열이 37.5도 이상 올라가거든. 현재 심각 상황으로까지 발령이 났으니 무조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어.

딸 : 외출했다가 들어와서는 손을 따스한 물에 30초 이상 씻으라고 하잖아요. 왜 그런 거예요?

아빠 : 감염 경로를 보면 손이 가장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지. 손에서야 바이러스가 5~10분 정도밖에 살지 못하지만, 너도 하루에 수십 번 손을 입에 대거나 얼굴을 만지잖니. 바이러스가 눈, 코, 입으로 파고드는 거지. 그 손으로 감염자와 악수를 했다 쳐봐. 이번 코로나19는 에어로졸, 그러니까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고 하니 더욱 조심해야지.

딸 : 공기 중으로 나온 바이러스가 계속 살아있진 않을 거잖아요.

아빠 : 바이러스란 게 숙주에서 떨어져 나가면 당연히 죽지. 입을 통해 나온 액체에 묻어 있는 거라 바로 땅에 떨어지겠지. 그러니 살아봐야 몇 시간 정도. 에어로졸 상태에서 전염될 가능성은 별로 없겠지만 조심은 해야지. 그래서 마스크를 쓰라는 거야. 이 바이러스는 알코올에 약하다 하니 손소독제 보이면 꼭 사용하고. 손소독제 만드는 법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하니 우리도 이참에 하나 만들어볼까?

딸 : 네, 제가 퇴근할 때 재료 사 올게요. 참 아빠가 쓰는 면 마스크는 소용없대요.

아빠 : 설마. 이것도 마스크인데 바이러스 거르는 효과가 없을까?

딸 : 효과가 보건용 마스크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하니 KF94, KF99 아니면 KF80 마스크라도 쓰세요. KF99는 호흡 곤란자에겐 안 좋다던데 아빠 호흡곤란은 없죠?

아빠 : 비싼 마스크 한 번 쓰고 버리기 너무 아까운데. 뒤집어 사용하면 되겠네.

딸 : 어휴. 그럼 아무 효과 없어요. 감기 걸린 거 아니면 관리만 잘해도 며칠 쓸 수 있다 하니 그리 하셔도 되고요.

아빠 : 알았다, 알았어. 손수건 넣어 쓰면 되겠지.

딸 : 아빠! 어휴, 못 말려. 저 먼저 출근해요.

아빠 : 농담이야, 인마. 잘 다녀와. (혼잣말로) 알코올로 소독하면 괜찮을까?

출근하는 아빠에게 환청이 들린다. 딸의 목소리다. "아빠, 소독해서 쓸 생각 절대로 하지 마. 필터 기능이 떨어져 아무 소용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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