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거점기관 지정 등
지역보건 주축 담당했으나
강제폐원 후 의료공백 늘어

정부가 지난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올린 가운데 지역 거점 병원이던 진주의료원 빈자리가 더욱 커 보인다.

진주의료원은 서부경남 공공거점병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경남도가 2013년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한 후 그해 5월 폐업했고, 10월 청산 완료했다. 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서부경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공의료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신종 감염병은 5~6년 주기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감염병 환자가 주기적으로 나타남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환자를 진료·치료할 수 있는 지역 공공병원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감염병은 격리와 집중치료가 중요하지만 서부경남 도민들은 경상대병원에만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경남에는 마산의료원만이 지역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진주·사천·고성·산청·함양·합천 등에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던 진주의료원이 폐업하면서 서부경남에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 옛 진주의료원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 옛 진주의료원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공중보건 위기 상황과 취약계층 수용 등을 위한 공공병원 확충 필요성은 의료·시민사회계 오랜 요구다.

공공의료기관은 지역 주민들이 멀리 가지 않고, 경제적 부담 없이 즉각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공공의료기관은 지역사회에서 적정 진료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타 민간병원의 영리 추구를 견제해 결과적으로 보건의료 시장에서의 의료비 폭등을 막는 순기능이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형태 전염병이 유입되거나 천재지변, 대형 사고로 많은 환자가 발생하면 유사시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즉각 수행한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에도 진주에 많은 민간병원이 있었지만 진주의료원이 주도적으로 환자 진료에 임했다. 당시 진주의료원은 신종플루 거점치료기관으로 지정돼 5개월 동안 1만 2000여 명 환자를 진료했으며 확진자 498명을 치료했다.

또 2015년 메르스가 발병했을 당시에도 진주의료원 폐업은 큰 논란을 남겼다. 사천에서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했음에도 인근에 진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120㎞나 떨어진 양산부산대병원까지 가는 일이 생겼다.

공공병원 역할 가운데 일부를 민간병원이 대체하더라도 모든 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있어야 공공의료 공백을 없앨 수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코로나19 초기 상황이던 지난 1월 29일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연대본부는 "감염병이 대규모로 확산할 때 지금 시설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공공병원이 확충되지 않는 이상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두려움에 떨며 기도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 바 있다. 불과 한 달 전에 나온 우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공공병원 확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강수동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도민운동본부 대표는 2009년을 회상하며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요구했다.

강 대표는 "대구처럼 경남에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진주의료원이 떠난 자리가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감염병으로부터 지역주민들을 돌볼 수 있는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더 커지고 있다"며 "진주의료원은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시기 텐트까지 쳐가며 많은 환자를 받은 바 있다. 격리와 집중치료를 할 수 있는 진주의료원이 강제폐업하면서 지역 공공 보건의료체계가 약해졌다. 감염병 확산 속도나 환자 진료와 치료를 위해서라도 서부경남 공공병원이 빨리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해석(73·진주 삼봉동) 씨는 "진주의료원이 없어진 지금이나 메르스가 유행하던 시기나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병원은 매우 제한적이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경남서부청사 공약을 실행해야 했기에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았고, 서부경남 공공의료서비스는 약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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