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친구 죽음 본 후 시작된 물음
인생·나의 근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코로나19로 인하여 중국에서만 확진자가 1만 명, 사망자가 2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국내 역시 확진자도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많다. 전 세계가 바이러스 차단에 전전긍긍 심혈을 다하고 있다.

매일 사망통계 숫자의 발표를 들으면서 죽음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인생의 근본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중학교 시절 어린 나이에 친구의 죽음을 보았다. 위암을 치료하다 병원에서 살릴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집으로 옮겨진 친구의 식어 가는 손목을 잡고 인간에게는 죽음이 있다는 사실에 일찍 생사 문제를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언젠가는 죽어가는 친구의 저 자리에 누울 텐데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종교문을 두드리게 되었고, 고향 김해에 있는 중앙교회 목사님을 친구의 소개로 찾아뵙고서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을 드렸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죽음 문제 해결의 답을 얻기 위해 성당도 찾았고 절도 찾았다.

수인사 절 앞에 조그만 연 방죽이 있었는데, 어느 날 우산도 없이 봄비에 흠뻑 젖어 방죽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끝없는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미대 진학을 꿈꾸며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 시절, 캔버스에 까만 유화를 칠하고 하얀 해골 하나 그리고는 붓을 던져버렸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알고 싶었고 죽어야 하는 나의 근원에 관해 끝없는 물음을 던졌다.

그렇게 방황하던 시절, 미술학원 여학생의 소개로 김해에 있는 원불교 교당을 찾게 되었다.

죽음에 대한 똑같은 질문을 드렸다. 교무님은 몇 마디 설명을 하시다가 까만 표지의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셨다. 이 책 한 권이 인생길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이 교전책 속에는 "영혼이 이 육신을 버리고 새 육신을 받는 경로와 상태를 알고 싶나이다"하는 제자의 질문에 소태산 대종사께서 세 가지의 답을 주고 있다.

첫째, 영혼이 이 육신과 갈릴 때에는 육신의 기식(氣息)이 완전히 끊어진 뒤에 뜨는 것이 보통이나, 아직 육신의 기식이 남아있는데 영혼만 먼저 뜨는 수도 있다.

둘째, 영혼이 육신에서 뜨면 약 49일 동안 중음으로 있다가 탁태되는 것이 보통이나 뜨면서 바로 탁태되는 수도 있고 또는 중음으로 몇 달 혹은 몇 해 동안 바람같이 떠돌아다니다가 탁태되는 수도 있다.

셋째, 보통 영혼은 새 육신을 받을 때까지 잠잘 때 꿈꾸듯 자기의 육신을 그대로 가진 것으로 알고 돌아다니다가 한번 탁태를 하면 먼저 의식은 사라지고 탁태된 육신을 자기 것으로 안다.

겨우내 메마른 가지에 벌써 새로운 생명인 매화꽃이 꽃망울을 여기저기 터뜨리고 있다. 대자연의 순환하는 이치와 인생의 순환하는 이치를 바라보며 경자년 새해에 또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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