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한국 최초 여성정당이 있었다. 대한여자국민당. 해방 직후 신한국건설과 남녀평등권을 표방하며 창당해 1960년까지 존속했다. 총재인 임영신은 대한민국 첫 여성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다. 실상은 이승만을 지지하는 신여성들의 조직으로 주로 자유당 외곽단체 역할에 그쳤다. 한국 정치사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다. 정치 성향을 떠나 강령만 보면 여성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남성으로만 이뤄질 수 없는 민주사회 건설, 노동자·여성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건전한 민주경제 확립'은 지금도 유효한 과제다. 당원이 30만 명이었다지만, 여성의 조직된 힘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2020년 두 번째 '여성의당'이 창당을 앞두고 있다. 여성의당 창당준비위원회는 발기취지문에서 "여성과 여성주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대변혁을 시작하고자 한다. 2600만 여성시민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촛불혁명 이후 한국사회 변혁을 이끌 정치주체로서 여성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만으로 고무적이다. 3·8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창당하고, 오는 4·15 총선에서 후보를 내는 게 목표다. 지난 20일 창원에서 여성의당 경남도당 창당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발기인으로 150여 명이 참여했다. 온·오프라인으로 당원을 모집해 3월 2일 전에 도당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경옥 경남도당 창당준비위원은 "기존 정치에 끼어들기가 아니라 여성의 힘을 모아 정치의 새판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지역 여성들의 더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며 기존 정치권에 귀의한 여성운동가들은 이번 창당을 어떻게 바라볼까. 기득권을 포기하고 창당에 힘을 보탤까?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여성 정치인들이 늘어 경남에서도 첫 여성국회의원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럴 때가 됐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