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갈수록 교묘해지고 구조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평등 당사자들이 약자이고, 우리 사회가 그것을 당연시하는 그릇된 인식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LG헬로비전 설치기사들의 처지도 이와 같다. 대기업 일을 하면서도 하청업체라는 종속관계에 머물러 있어 처우가 불평등하고 과도한 업무량으로 신음하고 있다. LG헬로비전 소속 인터넷·케이블 TV 설치기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동종업계와 같은 처우를 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설치기사들의 업무편성 시간은 케이블과 인터넷 설치, 고장 수리에 30~40분 사이로 정해져 있는데 이동 시간까지 포함된다. 시간 내 마치지 못하면 근무지표를 이유로 업무시간이 지나도 일을 하라고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변수가 있을 수밖에 없고 특히 교통상황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이것을 빡빡한 시간으로 고정해 놓고 채우지 못하면 연장근무까지 해야 한다면 노동자를 일하는 기계로 취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LG헬로비전의 근무지표는 동종 업계가 건당 1시간으로 정해 놓은 것보다 훨씬 빡빡하다. 이러면서 서비스 질을 요구하는 것은 정도를 한참 지나친 것이다.

LG헬로비전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불평등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LG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정규직이라면 이런 불평등은 애초에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LG는 고객 만족을 내세우며 동종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이면 고객 만족은 공수표에 지나지 않는다. 고객을 현혹하는 사탕발림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둘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고객들은 몇 년 전 삼성의 서비스업체 문제로 불편을 경험했다.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다. 동종 경쟁업체가 걸었던 잘못된 길을 따라 하는 것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것이다.

LG는 자사의 서비스 질과 직결되는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노조 탄압은 더욱 잘못된 것이다. 대기업답게 즉각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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